파라과이 축구 국가대표팀이 2011 코파 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에서 ‘무승부 신화’를 쓰고 있다. 월드컵, 대륙선수권, 올림픽 등 국제 축구 토너먼트 대회에서는 이론상 ‘무승 우승’이 가능하다. 조별리그를 3무승부로 통과한 후 토너먼트에서 승부차기 승으로 정상에 오르는 경우다. 국제 대회에서 120분간 승부가 가려지지 않을 경우 승부차기로 승패를 가리지만 공식 기록에는 무승부로 남기 때문이다.
파라과이는 21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멘도사에서 열린 2011 코파 아메리카 준결승전에서 베네수엘라를 맞아 120분간 0-0으로 비긴 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수문장 후스토 비야르의 눈부신 선방으로 5-3으로 승리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 파라과이의 우세가 점쳐졌지만 결정적인 기회는 베네수엘라가 많이 잡았다. 그러나 연장 전반 2분 미쿠의 슈팅이 골 포스트를 때리는 등 파라과이는 골대 만 세 차례 맞히는 불운 속에 득점에 실패했고 승부차기에서 4번 키커 프랑클린 루세나의 페널티킥이 비야르에 가로 막히며 분루를 삼켰다.
파라과이는 25일 우루과이와 결승전에서 맞붙는다.
파라과이는 이로써 5연속 무승부로 결승까지 진출하는 진기록을 남기게 됐다. 파라과이는 조별리그 B조에서 에콰도르(0-0), 브라질(2-2), 베네수엘라(3-3)와 차례로 비기며 조 3위에 머물렀지만 ‘와일드 카드’로 8강에 진출했다. 8강전에서 브라질에 일방적으로 밀렸지만 120분을 0-0으로 버틴 후 승부차기(3-1)에서 승리했다.
월드컵, 유럽선수권, 코파 아메리카를 통틀어 1승도 없이 결승에 진출한 팀은 파라과이가 처음이다. 월드컵에서는 1990년 이탈리아 대회에서 아일랜드가 조별리그를 3무로 통과한 후 16강전에서 루마니아를 승부차기로 꺾고 8강에 진출한 것이 ‘무승’으로 기록한 최고 성적이다. 유럽선수권에서는 3무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팀조차 없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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