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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남자의 병? 알고 보니 여자가 더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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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남자의 병? 알고 보니 여자가 더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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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1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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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에 축 늘어진 어깨, 한잔 걸쳐 불콰해진 얼굴, 부풀어오른 뱃살, 종일 흘린 땀과 담배연기가 뒤섞인 퀴퀴한 냄새…. 하루 일과를 마치고 들어오는 중년 가장의 모습이다.

아버지들은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병을 얻는다. 피 속에 지방이 늘고, 위가 망가지고, 머리가 빠진다. 자도 자도 피곤은 풀리지 않고, 발은 무좀으로 썩어간다. 이런 병들은 한국 중년 남성의 ‘숙명’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통계를 들여다 보면 현실은 좀 다르다. 희한하게도 여자들에게 이런 병들이 더 많다. 내 아내나 내 어머니도 예외가 아닐 수 있다.

중년 여성 고지혈증 매년 2배씩

잦은 음주와 흡연, 기름진 음식이나 단백질 위주의 식습관은 잘 알려져 있듯 피 속에 중성지방이나 콜레스테롤 농도를 지나치게 증가시켜 고지혈증을 불러온다. 고지혈증 하면 남자들이 주로 걸리는 질환으로 오해하기 쉽다.

여성의 몸엔 피 속 콜레스테롤 수치를 변화시키는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이 있다. 바로 호르몬이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좋은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고밀도(H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고,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저밀도(LDL) 콜레스테롤은 감소시킨다. LDL 콜레스테롤이 고지혈증을 일으키는 주범이라는 데는 현재 거의 이견이 없다.

문제는 폐경기다. 폐경기에 접어든 여성의 몸에선 에스트로겐 분비량이 급격하게 줄어든다. 그 전까진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심하고 있던 여성의 혈관이 큰 변화를 맞게 된다. LDL 콜레스테롤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갑작스럽게 높아진다는 얘기다. 바로 이때가 여성들이 고지혈증 위험에 취약해지는 시기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에 따르면 2005~2009년 고지혈증 진료를 받은 여성이 남성보다 약 1.4배 많았다. 연평균 증가율도 여성이 20.6%로 남성 17.9%보다 높았다. 특히 여성의 경우 40대에서 50대로 접어들면서 진료 인원이 매년 평균 2.2배 증가했다.

맞벌이가 여성 위궤양 불러

위궤양 역시 남자들의 단골 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집계 결과 2009년 위궤양 환자는 여성이 74만9,000명으로 남성 62만7,000명보다 1.2배 많았다. 연령대별로 나눠도 10~80대 모두 여성 환자 수가 남성을 앞질렀다.

위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된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술 담배를 많이 하거나 진통소염제를 자주 복용하면 궤양이 생긴다. 전문가들은 여성 위궤양이 많아진 가장 큰 이유로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를 꼽는다. 이광재 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들의 스트레스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추측된다”며 “여성이 남성보다 병원 이용률이 높아 진통소염제 처방을 많이 받는 것도 또 다른 원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별한 병이 없는데 쉽게 피곤하고 지치며 몸이 나른해지는 등의 피로 증세가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피로증후군이다. 이 역시 최근 5년 연속 여성 환자가 더 많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를 조사했더니 여성이 15만1,735명으로 남성(10만2,289명) 보다 48.3%나 많았다.

남성에 비해 여성의 만성피로증후군은 세대별 원인이 뚜렷하게 차이 난다. 40대 이상 여성이 경험하는 만성피로는 집안일이나 육아, 가족관계 등으로 생기는 스트레스성이 대부분이다. 이에 비해 20대 여성이 겪는 만성피로는 심한 다이어트나 불규칙한 식사 때문에 생기는 비타민 미네랄 부족 같은 영양상태 불균형이 주원인이다.

여성 무좀 환자 수 남성의 90%

탈모도 남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40대 이후 병원을 찾는 탈모 환자수는 되레 여자가 남자보다 많아진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 결과 2009년 국내 40대 탈모 환자 수는 남성이 1만8,537명, 여성이 1만8,741명으로 엇비슷하다 50대로 가면서 남성 8,905명, 여성 1만2,141명으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남성과 여성 탈모는 원인이 명확히 다르다. 남성형 탈모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변형된 물질(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이 주요 원인으로 유전인 경우가 많다. 이 물질이 모발이 자라는 기간을 줄이고 모낭을 위축시키기 때문에 굵고 튼튼한 머리카락이 줄어드는 것이다. 여성형 탈모는 불규칙한 식습관이나 면역반응 이상, 머리를 당겨 묶는 습관, 호르몬 문제 등으로 원인이 훨씬 다양하다. 특히 40대 이후 여성에게 탈모가 많은 이유로는 철분이나 미네랄 부족, 갑상선질환, 출산 후 호르몬 변화와 육아 스트레스가 꼽힌다.

무좀(백선증)도 남녀 환자 수가 비슷하게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5~2009년 집계한 백선증 환자 수는 여성이 남성의 최대 89%(2008년)에 이른다. 신체 부위별 여러 백선증 가운데 2009년 남성과 여성 모두에서 가장 많이 생긴 건 손발톱 백선증. 이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여성은 당시 약 62만명으로 남성 약 54만명을 훨씬 웃돌았다. 같은 기간 발 백선증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남녀가 약 40만명 안팎으로 비슷했다.

여성 백선증을 일으키는 주범은 단연 하이힐과 스타킹이다. 폭이 좁은 구두가 발가락 사이를 비좁게 만들어 마찰을 많이 일으키는데다 스타킹까지 신고 있으면 통풍마저 잘 되지 않는다. 무좀균이 살기 딱 좋은 환경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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