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위의 일반 도로를 설계하는 것처럼 비행기가 다니는 비행로 설계에도 만만찮은 돈이 든다. 일단 이륙, 순항, 착륙 등 비행 단계별로 나눈 뒤 비행기 위치 파악을 위성항법장치(GPS)로 하느냐, 비행기 자체 계기로 하느냐 등 경우의 수를 감안해 총 19개 비행로로 분류되는데, 설계원가는 792만~1,672만원이다. 평균 1,020만원으로, 김포에서 이륙해 순항한 뒤 제주에 착륙하는 1개 노선의 비행로 설계에만 3,060만원이 드는 셈이다.
국토해양부는 21일 비행로 설계에 소요되는 표준원가를 산정, 최근 발간한 월간 물가자료 7월호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비행로 설계 원가는 우리나라에 20명 정도만 있는 설계 전문인력들이 올해 1월부터 수 차례 회의를 열어 설계 공정과 난이도 등을 감안해 산정했다. 비용 대부분은 인건비가 차지한다.
비행로 설계 원가는 비교적 난이도가 낮은 순항로(전방향 무선표지시설 이용)의 경우 792만원, 비행기 이륙 비행로(인공위성 이용)는 1,091만원이 들어간다. 비행기 운항 중 가장 고도의 기술이 투입되는 착륙 비행로에 비교적 많은 1,490만원의 설계 비용이 발생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로 설계와 관련된 표준원가 공개로 인공위성을 이용한 첨단 비행로 구축사업과 같은 국책사업은 물론 국방부, 사설비행장 운영자, 항행 연구기관들이 새로운 항로를 설계할 때 미리 필요 예산을 가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지난해부터 첨단 비행로를 구축하고 있다. 산, 건물 등 지상 장애물이 있어도 어디서든 얻을 수 있는 GPS 좌표를 이용해 비행기 운항을 정밀하게 통제하겠다는 것. 지상의 전파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기존 항로보다 거리를 단축시킬 수 있어 경제적이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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