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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화끈한 공격야구로 삼성 선두권 이끈 류중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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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화끈한 공격야구로 삼성 선두권 이끈 류중일 감독

입력
2011.07.2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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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끝나가는 지난 2010년 12월 30일 야구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선동열 삼성 감독이 계약 기간을 4년이나 남겨놓고 사령탑에서 물러난 것이다. 구단에서는 자진 사퇴라고 발표했지만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선 감독이 스스로 물러났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사실상 경질이었다.

삼성은 선 감독의 후임으로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한국 야구의 명유격수 계보를 잇는 류중일(48) 감독을 선임했다. 김응용-선동열 라인으로 이어지던 해태의 색깔을 지우고 순혈주의로의 복귀를 선언한 것이다. 경북고,한양대를 졸업한 류중일 감독은 지난 1987년 프로 무대를 밟아 99년까지 삼성에서만 뛰었다. 또 2000년부터 코치 생활도 11년간 삼성에서만 했다.

8개 구단 최연소 감독이 된 그에 대한 기대도 컸지만 우려도 많았다. 6년 재임 동안 한국시리즈 2년 연속 우승과 준우승 한 차례를 차지한 전임 감독의 성과를 뛰어넘을 수 있겠느냐는 시선이었다.

그러나 그 같은 걱정은 한마디로 기우에 불과했다. ‘초짜’ 류중일 감독은 큰 형님 같은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패기 넘치는 화끈한 공격 야구로 팀을 선두권에 올려 놓았다. 삼성은 전반기 마감을 하루 앞둔 21일 현재 46승2무32패(0.590)로 KIA(0.593)에 불과 3리 뒤진 2위를 기록 중이다. 대구구장 감독실에서 그를 만나 지난 7개월 간의 소회와 앞으로의 꿈을 들어봤다.

-KIA와 보름 가까이 1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피 말리지 않나.

“올해 붙어보면 쉬운 팀이 한 곳도 없다. 매 경기가 그렇다. 그러나 역시 KIA가 강하다. 선발진이 가장 좋고 타선도 쉬어갈 곳이 없다.” 삼성은 KIA에 5승6패로 근소한 열세다. 지난 주말 안방에서 열린 ‘예비 한국시리즈’에서 1승2패로 밀린 탓이다. 양팀은 후반기가 시작되는 26일부터 광주로 장소를 옮겨 또 한 차례 물러설 수 없는 외나무다리 대결을 펼친다.

-작년에 감독 통보를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

“전화를 받고 솔직히 얼떨떨했다. 선 감독의 계약 기간이 4년이나 남았고 감독 교체설도 없었기 때문에 믿기지 않았다. 연말 핵폭탄이라는 얘기가 있지 않았나.”

그는 감독이 된 기쁨보다는 부담감과 불안이 훨씬 컸다고 털어놓았다. “만년 상위팀 지휘봉을 잡았기 때문에 그에 버금가는 성적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걱정에 밥도 잘 못 먹고 잠도 잘 못 잤다. 몸무게는 줄어든 대신 주량과 담배가 늘더라. 한마디로 한동안 제대로 생활이 안됐다.” 코치 시절 담배 반 갑을 피웠던 그는 감독이 된 직후 한 갑 넘게 피웠다고 고백했다.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갑작스레 사령탑에 앉은 스트레스는 그만큼 컸다.

-그래도 코치 시절에 감독에 대한 꿈은 품지 않았나.

“감독은 모든 야구인의 꿈이다. 솔직히 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그 시기를 선 감독의 5년 재계약이 끝나는 때(2014년)로 봤다. 그때 못하면 나이 50을 넘어서는 못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희망한 것보다 4년이나 빨리 온 것이다. ”

-감독이 된 후에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경기가 끝난 후에 편안한 지인들과 만나 식사를 하면서 가볍게 반주를 한다. 원래 골프를 좋아했는데 감독이 된 후에는 솔직히 야구 생각 때문에 손에 안 잡히더라. 올스타 브레이크 때는 가까운 사람들과 한번 라운딩을 할 생각이다.” 구력이 20년 가까이 된 류 감독의 골프 실력은 핸디 8로 아마추어의 실력을 뛰어 넘는다. 베스트는 2언더(70타)까지 쳐봤단다.

-감독이 된 후에 가장 달라진 점은.

“운동장에서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는 코치 때나 똑같다. 아직은 초보라 노하우가 없어서 그런지 좋을 때는 표정관리도 안되더라(웃음). 아무래도 일상 생활에서 달라진 점이 많다. 유니폼을 벗고 나가면 행동에 제약을 받는다. 식당이나 사우나도 맘대로 못 간다. ”

-전임 감독들이 모두 우승을 했다. 본인은 어떤 감독이 되고 싶나.

“성적을 떠나 함께하는 야구를 하고 싶다. 감독이라고 무게를 잡는 게 아니라 코칭스태프, 선수들과 같이 어울리고 소통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류 감독은 기술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야구는 결국 확률 싸움이다. 평소 선수들이 훈련을 통해 끊임없이 몸으로 생각하고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 (이길)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평소 선수들에게 어떤 걸 주문하나.

“감독이 된 후에 선수들이 못한 부분에 대해선 한번도 질책한 적이 없다. 단 경기에 임할 때는 베스트를 다하라고 주문한다.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최선을 못했다고 생각하면 그 다음날엔 100% 이상 하면 된다.”

류 감독은 지난 1월 취임 일성으로 “화끈한 공격 야구를 앞세워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선동열 전 감독이 2005, 2006년 초보 사령탑으로 2년 연속 우승에 성공하고도 대구 팬들로부터 ‘삼점 라이온스’라는 비난을 받았던 것은 마운드 중심의 소극적인 야구를 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삼성의 팀 컬러는 확실히 달라졌다. 그는 “솔직히 선 감독이 마운드를 잘 만들어놨기 때문에 난 그 재산을 등에 업고 시작했다”며 “그러나 공수에서 좀 더 공격적인 플레이가 필요하다. 공격에서는 한 베이스 더 가는 기동력 야구, 수비에서는 한 박자 빠른 중계 플레이가 바로 그것이다”고 설명한다.

삼성은 20일 현재 팀 도루 1위(93개), 희생플라이 1위(26개)를 기록 중이다. 반면 희생 번트는 6위(47개)에 그치고 있다. 스퀴즈 번트는 한번도 없었다. 그만큼 타자들이 적극적인 플레이를 펼치고 있는 방증이다.

-선수 시절에는 해태와 2차례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패했고, 작년에는 SK에 4전 전패를 당했다. 올해 한국시리즈에 올라간다면 어떤 팀을 만나 설욕하고 싶나.

“지금으로서는 한국시리즈에 올라간다는 보장은 없다. 물론 당연히 우승은 하고 싶다. 후반기에 52경기가 예정돼 있는데 30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승부수를 띄우겠다. 한국시리즈 상대는 어느 팀이든 상관 없다. 다만 팬들에게 명승부를 펼쳐 야구의 묘미를 선사하고 싶다.”

전임 김응용 감독(1983년)이나 선동열 감독(2005년) 모두 데뷔 첫 해 우승을 차지했다. 류중일 감독이 올해 정상에 오른다면 기분 좋은 ‘전통’을 이어가게 된다. 또 그는 프로야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한 팀에서만 선수, 코치, 감독을 지내며 우승을 차지하게 되는 ‘역사’를 만들게 된다.

-마지막으로 감독으로서 꿈이 있다면.

“우승도 좋지만 팬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 감독이 되고 싶다. ‘류중일은 정말 승부사였다’는 그런 좋은 이미지를 남기고 싶다. 개인적으로 김경문 전 두산 감독의 스타일을 좋아한다. 우승은 못했지만 명장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느냐.” ‘전임 감독의 색깔을 벗고 자신만의 공격적인 야구를 앞세워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로 들렸다.

대구=이승택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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