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수백만명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지라는 명성이 무색하게도 태국이 국제범죄자의 도피처라는 오명을 쓸 것으로 보인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30년 간 아동 성추행범, 마약 밀매업자, 돈세탁범 등 135명의 범죄자가 태국에서 미국으로 추방됐다. 이 가운데 수십 명은 강제 이송됐다. 최근 2년간 현지 언론 보도를 보면 미국의 범죄자들만이 아니라 독일 탈세범, 한국 폭력배 두목, 체코 은행털이범, 일본 양대 범죄집단 중 하나의 두목, 호주 일가족 살해범 등이 태국에서 체포됐다. 살해혐의로 수배 중이던 필리핀인은 방콕에서 버젓이 보석상으로 일하고 있었다. 세계 분쟁지역에 무기를 공급하고 전쟁을 부추겨 '죽음의 상인'이라 불린 러시아 무기거래상 빅토리아 부트 역시 2008년 방콕에서 체포돼 오랜 법정 투쟁 끝에 지난해 11월 미국으로 강제 송환됐다.
세계 곳곳의 범죄자들이 태국으로 몰려드는 이유는 뭘까. 태국에서 오래 변호사로 활동했던 영국의 소설가 존 버뎃은 "자유분방한 사회 분위기와 느슨한 법 집행, 싼 물가 등이 매력"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총과 여자, 도박, 마리화나도 범죄자들을 끌어들이는 요소들"이라며 "무엇보다 고분고분하고, 돈으로 매수가 가능한 태국 경찰이 가장 큰 장점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국 정부도 이런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 출입국관리소 관계자는 "돈이 많은 사람들이 불법적으로 들어오려 할 때면 국경관리사무소 컴퓨터에 문제가 생기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고 말해 관리와 밀입국자 간 모종의 거래가 있음을 시인했다.
널리 알려진 사건의 혐의자가 자취를 감추는 일도 생긴다. 5월 멸종위기 동물을 들여오다 공항에서 검거돼 대대적으로 보도됐던 아랍에미리트 남성은 재판을 2주 앞두고 종적도 없이 사라졌다. 현지 경찰은 그가 달아났다는 것 외에 별다른 해명을 하지 못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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