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여자들도 딱 보면 무슨 약인지 눈치채요. 그럴 땐 솔직히 부담스럽죠."
"주로 차 안에 혼자 있을 때 미리 살짝 먹어요. 물이 없을 때 좀 당황스럽긴 하지만."
발기부전치료제를 먹어본 남자들의 경험담이다. 지난달 한 제약회사가 최근 1년 안에 발기부전치료제를 복용한 국내 40~50대 남성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다. 다른 약과 달리 발기부전치료제를 먹는 환자들은 심리적인 불편함을 적잖이 느낀다는 것이다.
발기부전치료제가 국내에 처음 선보인 지 올해로 벌써 12년이다. 프라이버시를 고려했다는 새로운 제형들이 최근 경쟁에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 커다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고민남들의 선택 폭도 그만큼 넓어졌다.
몰래 먹기 좋은 모양
설문조사에 응한 남성의 상당수는 자신이 약을 먹는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기를 원했다. 발기부전치료제를 복용할 때 가장 불편했거나 불편할 것 같은 상황을 묻는 질문에 '차 안에서 복용하려 했는데 물이 없어서 쉽지 않았다'는 답변이 응답자의 85.5%, '약이 발기부전치료제라는 게 들켜 오히려 부담스러웠다'는 답변이 84%(복수응답)를 차지했다.
또 전체 응답자의 약 39%는 발기부전치료제가 보통 영양제나 비타민처럼 보이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갖고 다녀도 주변 사람이 어떤 약인지 잘 알지 못할 테니 사생활 침해 여지가 적고, 약을 먹을 때도 자신이 환자라는 느낌이 들지 않아 마음이 편할 것 같다는 게 주요 이유였다.
이 같은 남성들의 의견을 반영, 물 없이 먹을 수 있는 구강붕해정 형태의 발기부전치료제가 18일 국내에 처음 출시됐다. 바이엘 헬스케어가 내놓은 '레비트라 ODT(성분명 바데나필)'다. 구강붕해정은 입 안에 넣으면 수 초 안에 녹는 알약이다. 회사측은 물이 필요 없고 기존 발기부전치료제보다 작아 휴대하기도 편리하다는 걸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권세라 바이엘 헬스케어 남성건강사업부 마케팅 총괄은 "발기부전으로 치료 중인 환자의 3분의 1 이상이 도중에 치료를 그만두는데, 여기에는 약에 대한 심리적 불편함이나 부담감이 상당한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며 "좀더 편안하게 복용할 수 있는 약의 출시가 많은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치료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사 휴온스와 씨티씨바이오는 얇은 필름 모양의 발기부전치료제(성분명 실데나필)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 임상시험을 위한 승인신청서를 지난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제출했다고 휴온스는 밝혔다. 늦어도 9월 안에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보고 있다.
이들이 개발 중인 필름형 발기부전치료제는 작은 우표 한 장 크기다. 지갑 속에 넣고 다니다 필요할 때 꺼내 혀 위에 올려 놓으면 즉시 녹는다는 설명이다. 이용승 휴온스 이사는 "약효를 내는 성분을 우표 크기 면적에 종이보다 얇게 고루 도포해 만드는 제형"이라며 "상용화한 필름형 발기부전치료제는 외국에도 아직까지 없다"고 말했다.
10여 년째 효과 검증
발기부전치료제의 맏형격인 화이자의 비아그라는 "뭐니해도 약은 디자인보단 약효로 이야기해야 한다"며 다이아몬드형 파란 알약 모양을 고수한다. 여전히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비아그라는 효과 측면에서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다른 약으로 치료를 받다 비아그라로 바꾼 환자 가운데 약 73%가 이전 약에 비해 더 나은 효과를 경험했다는 게 화이자 측의 설명이다.
첫 발기부전치료제로 가장 오래돼 모양과 색깔 등이 너무나 잘 알려졌다는 점 때문에 비아그라를 드러내놓고 복용하기가 꺼려진다는 환자들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화이자 측은 오래됐다는 점은 오히려 효과와 안전성을 그만큼 지속적으로 검증 받아왔다는 증거라며 자신만만해 한다.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은 약 900억원, 세계 시장은 약 3조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세계적으로 약 1억5,200만명의 남성이 발기부전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와 음주, 흡연 때문에 20~30대 남성 발기부전 환자가 늘면서 매년 10% 이상씩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편의와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여기는 현대인의 생활 패턴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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