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출 삭감을 요구하며 백악관과 의회의 재정적자 감축협상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정작 자신의 지역구에서는 선심성 예산을 남발, 수십억달러의 연방예산을 따내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이들 대부분은 정부지출 축소를 공약으로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당선된 초선의원이지만, 의회에 입성한 뒤에는 지역구 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의회의 권한을 무기로 백악관과 행정부를 위협하기도 한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팀 스콧 의원은 지역구인 찰스턴의 항구 준설작업을 추진하다 행정부가 반대하자 같은 지역구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과 함께 행정부의 고위공무원 인준을 반대하겠다고 위협해 3억달러에 달하는 예산을 관철시켰다. 올해 초 공화당 지도부는 전국 해변에 깎여나간 모래를 복원하는 것은 '불필요한 예산낭비'라며 이를 위한 입법을 추진했지만 프로미식축구 선수 출신인 뉴저지주의 존 러니언 의원은 "뉴저지주의 해안을 폭풍우로부터 보호하는 중요한 사업"이라며 반발, 입법을 좌초시켰다.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3선의 미셸 바크먼 의원과 초선의 숀 더피 의원은 미 국립공원관리국(NPS)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지역구인 미네소타와 위스콘신 접경의 세인트크루아강에 4차로 교량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군수업체가 몰려있는 지역의 초선의원 22명은 3월 국방예산을 심의하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요청한 것보다 더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서한을 지도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정부지출 축소와 워싱턴의 낡은 정치 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공화당 초선 의원들이 의사당에서 입장을 뒤집는 것은 정치이념이 유권자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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