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의 역사 등을 전시한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이 올 연말 서울 성미산 기슭에서 문을 연다. 이 박물관은 당초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에 건립 예정이었지만 5년여간의 우여곡절 끝에 자리를 옮겨 터를 잡게 됐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성산동 박물관 건립 부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대문 독립공원 부지를 보류하고 성산동 성미산 자락에 박물관을 개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대협은 최근 대지 규모 350여㎡, 지하 1층 지상 2층 주택을 매입한 뒤 리모델링해 12월 10일 개관할 예정이다. 박물관은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와 정대협 운동을 전시하는 ‘메인 전시실’과 현재 세계의 전시 성폭력 현황을 보여주는 ‘평화홀’, 기획 전시실, 평화자료실, 추모공간 등으로 구성된다.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건립은 정대협이 위안부 문제의 진실과 역사를 알리기 위해 2003년부터 추진해 왔다. 부지를 알아보던 중 2004년 서울시가 서대문 독립공원 내 매점 터를 기부했고 2006년 박물관 건립 승인 등 행정절차도 완료했다.
그러나 광복회 순국선열유족회 등 일부 독립유공단체들이 독립공원 내 이 박물관 건립은 순국선열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반대했고, 서울시도 이런 갈등을 해결해야만 매점 건물에 대한 멸실 허가를 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정대협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계속 돌아가시는 상황에서 계속 기다릴 수만은 없다”며 성미산 기슭에 박물관을 열기로 했다.
정대협 관계자는 “우선 성미산에 박물관을 세우지만 서대문 독립공원 부지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올바르게 설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협은 기부금 17억원으로 부지와 건물을 매입했으며 리모델링 작업과 기자재 구입, 개관 후 운영비는 ‘1만원 기부 릴레이’ 캠페인 등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