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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경 없는 지구대·파출소, 여권 보호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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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경 없는 지구대·파출소, 여권 보호 취약

입력
2011.07.2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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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밤 서울 송파구 잠실지구대에서 야간근무를 하던 경찰관들이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 길거리에 나앉아 있던 20대 만취 여성을 발견, 지구대로 데려왔지만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발을 동동 구를 수 밖에 없었다. 금방이라도 고꾸라질 듯 위태위태 했지만 미니 스커트를 입은데다 상의는 비에 젖어 잘못했다간 오해를 사기 딱 십상인 상황. 결국 이 여성은 자리에 앉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넘어져 부상을 입었다. 결국 경찰은 주변에 있던 민간인 여성을 데려와 몸수색을 하고 만취여성의 신분을 확인, 조치를 취했다.

지구대와 파출소 등 치안 일선에 여경이 부족해 벌어진 촌극이다. 이 때문에 여성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경우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지난 11일에는 60대 남성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지적장애 2급 여성장애인을 꾀어 성폭행한 사건(한국일보 7월 13일자 8면 보도)이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모두 남자여서 이 여성장애인은 20여분간 알몸으로 방치됐다. 그에게 옷을 입혀준 이도 이웃 식당의 아주머니였다. 당시 출동한 종로2가 파출소 경찰관은 "인근 파출소에 여경들이 있었지만 취침 중이어서 깨울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서울경찰청의 경우 경찰관 2만4,752명 중 여경은 1,756명으로 7.1%에 달하지만 지구대와 파출소 근무 경찰관 8,781명 중 여경은 4.1%인 364명에 불과하다. 송파경찰서만 해도 전체 경찰관(898명) 중 여성(77명) 비율은 8.6%지만 지구대와 파출소 근무여경은 고작 10명이다. 경찰 일선의 여경 희귀현상은 기본적으로 업무가 힘든 게 주된 요인이다.

한 지구대 관계자는 "주로 상대하는 사람들이 취객들이고 난동도 잦다"며 "남자 경찰들도 버거운 데 여경들이 오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더욱이 여경은 육아와 출산 등의 문제로 일선 근무가 쉽지 않은 측면도 작용한다.

한 경찰관계자는 "민원인들로부터 동료를 보호해야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며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여경근무를 피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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