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네이트온'으로 유명한 SK커뮤니케이션즈가 휴대폰 무료통화서비스를 시작했다. 응용프로그램(앱)만 다운로드 받으면, 스마트폰으로 문자대화는 물론 음성통화까지 공짜로 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하지만 같은 SK그룹 소속으로 모기업인 SK텔레콤은 휴대폰 통화료로 돈을 버는 회사다. 결국 자회사(SK커뮤니케이션즈)가 모기업(SK텔레콤)의 수익기반을 갉아먹을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은 것. 전형적인 '카니벌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SK텔레콤과 SK커뮤니케이션즈가 언뜻보면 제살을 깎을 수 있는 선택을 한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SK커뮤니케이션즈는 20일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한 인터넷무료통화서비스 본격 시작한다고 밝혔다. 무료 응용프로그램(앱) '네이트온톡'만 내려 받으면 되는데, '카카오톡'과 같은 기존 문자대화 외에 음성통화기능인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를 탑재한 것이다. 이제 SK텔레콤 휴대전화가입자 가운데 월 5만5,000원 이상 요금제에 가입한 사람들은 이 앱만 받으면 얼마든지 공짜로 음성통화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이 같은 서비스를 출시한 것에 대해 일각에선 "자회사가 모회사에 비수를 꽂았다"고 평한다. 하지만 회사 관계자는 "처음엔 내부적으로 논란도 있었지만 결국은 이 서비스가 궁극적으로 양 사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최종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사실 이동통신시장은 이미 포화될 대로 포화된 상태. SK텔레콤 역시 부동의 1위 업체이지만, 영업이익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이다. 특히 카카오톡 같은 무료문자메시지 서비스까지 등장하면서, 설 땅은 점점 더 비좁아지고 있다. 때문에 당장 음성통화매출이 감소하더라도 각종 무료서비스 공세에 맞설 무기가 필요했으며, 그런 차원에서 '네이트온톡'으로 맞불을 놓게 된 것으로 보인다. 불편하지만 불가피한 선택이란 얘기다.
강지훈 삼성증권연구원도 "SK텔레콤의 카니벌라이제이션은 통신매출감소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차라리 이를 내부화하려는 노력"이라며 "모바일 무료통화시장에 본격 뛰어들어 카카오톡, 마이피플 같은 대체 서비스를 무력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네이트온톡'서비스가 수익구조에 큰 영향은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스마트폰 사용자 대부분이 유사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데다, 5만5,000원 이상 요금제에서 사용하도록 했기 제한을 뒀기 때문이다. 회사관계자는 "일부 음성통화수입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는 범위"라고 말했다.
오히려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모바일인터넷전화 서비스)에서 금맥캐기가 가능할 것이란 게 내부 기대다. '네이트온톡'을 통해 광고나 콘텐츠판매가 활성화되면, 음성통화 수입감소를 벌충하고도 남을 새로운 수익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이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데도 가치가 높았던 것은 탄탄한 가입자를 기반으로 수익창출 가능성이 무한하기 때문"이라며 "모바일인터넷 전화서비스 역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카니벌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자기잠식효과. 탁월한 후속제품을 내놓았더니 경쟁사 제품 보다, 같은 기업이 먼저 내놓은 제품시장을 갉아먹는 현상이다. 해외 값싼 노동력으로 제작한 저가상품이 국내 시장에 들어와서 자사가 국내에서 제작한 상대적으로 고가의 제품을 밀어내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한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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