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그린란드 북극권 종단 2500㎞ 대장정 성공 / 홍성택 대장 "남·북극·히말라야 다 가봤지만 여기가 가장 힘들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그린란드 북극권 종단 2500㎞ 대장정 성공 / 홍성택 대장 "남·북극·히말라야 다 가봤지만 여기가 가장 힘들어"

입력
2011.07.20 13:01
0 0

"너무 거칠고 험난했다. 상상 이상의 악조건이 계속됐다. 그래도 꾸준히 전진했고 마침내 그린란드 북극권 종단을 이뤄냈다."

전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홍성택(46) 대장의 목소리는 감격에 겨워 있었다. 50여 일간의 힘든 탐험을 마쳤고 몸은 야위었지만 목소리엔 힘이 넘쳤다.

-탐험을 무사히 마쳤다. 위험한 적 없었나.

"블리자드와 화이트아웃에 갇혀 움직이지 못한 날도 많았다. 눈이 녹아 너무 질척거려 썰매가 쉽게 나가질 못했다. 해발 1,500~2,000m 이상의 빙상(Ice Sheet)이 그렇게 녹아 내릴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한낮엔 최고 28도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탐험의 3분의 1이 지날 때부터는 낮엔 자고 밤에 운행하는 올빼미 체제로 바꾸었다. 눈이 녹아도 너무 심하게 녹아 내렸다. 얼음늪에 빠졌을 때는 개들도 처음 겪는 일인지 당황해 계속 우왕좌왕하는 통에 쉽게 빠져나가질 못했다. 한번은 눈슬러지에 썰매가 빠져 뒤에서 밀어야 할 때였다. 썰매가 툭 하고 빠져나가자 개들이 그대로 썰매를 끌고 내달린 적이 있다. 대원 3명만 남아 이대로 조난되는 건 아닌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썰매 자국을 쫓아 2,3km 가보니 썰매가 작은 크레바스에 걸려있어 다행히 썰매와 개들을 찾을 수 있었다."

-이전의 남극, 북극탐험과 비교해본다면.

"북극 남극 히말라야 다 가봤지만 이곳만큼 힘들진 않았다. 그곳에선 내 의지와 체력만 따라주면 계획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은 너무 달랐다. 북극과 남극을 합쳐놓은 것 같은 혹독한 자연환경은 그대로였지만 개썰매란 커다란 변수가 있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개를 몰고 가야 하기에 내 의지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 신경 쓸 것도 너무 많았고 쉴 새 없이 바빴다. 썰매에 올라타 운행한 건 초반에 아주 조금 뿐이었다. 거의 대부분을 썰매 옆에서 달리고 뛰었다. 아마도 개들 이상으로 달렸을 것이다. 썰매가 눈에 갇히면 짐을 풀어 썰매를 끄집어냈다 다시 짐을 쌓기를 여러 번 반복하기도 했다. 육체적으로도 가장 힘든 탐험이었다."

-실제 겪은 그린란드 설원은 어떤 곳인가

"사람은 물론 그 어떤 생명도 살지 않는 얼음 사막이다. 너무나 광활했고 또 거칠었다. 끝없이 불어오는 블리자드와 시야를 가리는 화이트아웃이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화이트아웃이 일주일 넘게 지속되기도 했다. 간혹 얼음층 사이의 큰 틈새인 크레바스를 만날 땐 개들이 겁을 먹어 한참을 돌아가야만 했다."

-개들의 희생이 컸다.

"원래 야성이 강한 개들이다. 개들에게도 그린란드 빙상의 설원은 생경한 곳이었다. 힘든 여정인데 먹이를 충분히 주지 못해 안타까웠다. 배가 너무 고프니 나중엔 서로를 공격했다. 운행 중 약해 보이는 놈의 뒷다리를 물어 별 반응이 없으면 힘이 없다고 판단, 떼를 지어 공격하더라. 순식간에 사체를 물어 뜯었다. 정말 끔찍한 야생의 공간이었다. 헬기로 함께 철수한 10마리 개는 카낙의 사냥꾼인 마마우트씨에게 맡겼다. 잘 보살펴 달라 신신 당부했다. 개들에게 고래고기와 바다표범 고기를 구해다 오랜만에 포식을 시켜주니 정말 좋아했다. 너무 신이 나 먹어 치우는 개들을 보며 너무 고맙고 미안했다. 또 끝까지 같이 하지 못하고 희생된 개들에게도 미안했다."

-함께한 대원들 상태는 어떤가

"모두 삐쩍 말랐다. 주의를 요하는 환자 같은 몰골이다. 모두 고생이 많았다. 배영록(37ㆍKCC정공) 대원은 개썰매를 이끌기 위해 스키로 앞장서 달리며 고생을 해 발에 동상이 걸렸다. 궂은일을 도맡아 하던 정동영(38ㆍ아트클라이밍) 대원은 탈진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베이스캠프에 남아 마음고생하며 탐험대를 지원해준 정기화(55), 박대영(38) 대원에게도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한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