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긴급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직접 주재한 건 최근의 물가 상승세가 그만큼 급박하다는 방증이다. 긴 장마 끝에 폭염이 이어지면서 농수산물 값이 급등하고, 정유사 할인이 끝난 기름값까지 거침없이 치솟고 있어 서민들이 체감하는 고통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물가 당국은 단속과 점검 같은 통상적인 방법이 아니라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가 다음주 발표할 물가대책에서 이런 주문에 얼마나 호응할 지 궁금하다.
금리 인상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연일 강조하는 물가대책의 키워드는 유통구조 개선이다. 국내 농산물 소비자가격에서 유통비용이 45%에 육박하는 점을 감안하면 맞는 말이다. 쇠고기 산지 가격은 최근 2개월간 16%나 하락했으나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소비자 가격은 거의 내리지 않았으며, 유통가격 공개도 거부한다는 보도(한국일보 20일자)는 이런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정부는 수급 및 유통체계 개선, 경쟁 활성화, 가격공개 확대 등 현장 중심의 대책을 가동해야 할 것이다.
생활 물가에 큰 영향을 주는 가공식품 가격도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 정부 개입은 잘못이라는 주장도 많지만, 주요 가공식품업은 사실상 독과점체제라 정부의 적절한 개입이 없으면 과도한 가격 인상을 막을 길이 없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가 이미 가동 중인 주요 외식 가격 관리책도 보다 긴밀하게 시행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기업과 상인들만 죄는 물가관리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도 이젠 유류세 인하 조치나, 8~9월로 예정된 공공요금 인상을 유보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시점이라고 본다. 유류세의 경우 정유사 가격할인과 5월 이후 국제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ℓ당 960원대로 요지부동이다. 탄력세 등은 조정의 여지가 있다. 공공요금도 원가 상승분을 공공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흡수하는 방안을 강구토록 하거나, 한시적 재정지원을 통해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는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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