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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대통령 때리기

입력
2011.07.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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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퀴즈 하나 내보자. 다음의 선언은 어느 대통령이 한 것인가. ①“대통령은 공정한 대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중립내각을 구성키로 했으며 대통령도 중립을 위해 당적을 떠나기로 했다” ②“대선을 어느 정당에도 치우침이 없이 공정하게 관리하고 국정수행에 전념하기 위해 탈당한다” ③“자식들과 주변 인사들이 일으킨 사회적 물의에 무어라 사과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이제 국정에만 전념하기 위해 탈당한다” ④”임기 후에도 당적을 유지하는 전직 대통령이 되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역량 부족으로 한국 정치구조와 풍토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정답은 이렇다. ①13대 대통령 노태우 ②14대 김영삼 ③15대 김대중 ④16대 노무현. 퀴즈를 하나 더 내보자. 각 대통령은 임기를 얼마나 남기고 집권당 당적을 버렸을까. 정답은 ①노태우 160일(1992년 9월18일) ②김영삼 110일(1997년 11월7일) ③김대중 295일(2002년 5월6일) ④노무현 362일(2007년 2월28일)이다.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뽑힌 대통령 모두가 임기 말에 자신이 만든 정당이나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집권당을 떠난 것이다. 아니, 쫓겨났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들 대통령이 탈당한 진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공정한 선거관리’ ‘국정 전념’을 내걸었지만, ‘역량 부족’ ‘한국 정치풍토 때문’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변(辯)이 진실에 가깝다. 임기 말 집권당은 정권 창출을 위해 인기가 떨어진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했고 급기야 인신공격까지 해댔다. 김영삼 대통령은 자신의 마스코트가 짓밟히고 불태워지는 모욕까지 당하는 등 대부분 상처 속에서 탈당했다. 그나마 여당의 공격을 덜 받은 경우는 노무현 후보를 돕기 위한 위장탈당 논란이 나온 김대중 대통령뿐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19일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를 잘못한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나름 근거가 있을 것이나 왠지 개운치 않다. 정권 초반도 아니고, 또 구체적 현안에 대한 논쟁이 아니라 포괄적, 추상적인 비판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내각제적 요소가 가미된 대통령제이기 때문에 국회의원의 입각이 가능하다. 당정회의도 있다. 집권당도 국정운영의 권한과 책임을 공유한다는 의미다. 임기 말 대통령 때리기와 차별화는 책임정치에 부합하지 않고 의리도 없어 보인다. 이 대통령을 좋아하건, 싫어하건 이제 이런 악순환은 끊었으면 싶다.

이영성 논설위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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