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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소방수' 역할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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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소방수' 역할 안갯속

입력
2011.07.2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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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재정위기 해법을 논의할 21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앞두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전유럽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사전조율을 위해 20일 베를린으로 건너가 메르켈 총리를 만난다. 19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와 전화통화에서 유럽 위기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번 회의에서 긴급한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한 차례 정상회의를 연기시키며 몽니를 부린 메르켈에게, 그리스 지원문제를 타결하도록 압박을 넣고 있는 것이다.

독일은 재정위기 해결에서, 말하자면 전주(錢主)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EU나 유럽중앙은행(ECB)에 내는 분담금이 가장 많고, 대규모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가용 재원이 상대적으로 많다. 구제금융 지원은 분담금 비율에 따르는 것이어서 결국 독일은 그리스 2차 구제금융을 지원할 '지갑'인 셈이다. 그리스는 지난해 이미 1,100억유로의 1차 구제금융을 지원받았지만 그 만큼의 추가 지원이 없으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맞을 상황이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민간도 손실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21일 정상회의에서 결론이 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AP통신에 따르면 19일 메르켈 총리는 하노버에서 독ㆍ러 정부간 협의를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21일 정상회의에서) 전향적 조치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상회의가 도움은 되겠지만, 더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해 입장 변화가 없음을 밝혔다.

독일이 주장하는 방안은 그리스 채권을 보유한 민간 금융기관에 롤오버(채무만기 연장)를 요구하는 것. 2014년 만기도래 채권의 70%를 30년물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이에 대해 신용평가사나 은행들은 "채권가치 하락에 따른 손해가 예상된다"며 "롤오버를 강행하면 그리스 신용등급은 부분적 디폴트로 하락할 것"이라 경고했었다.

로이터 통신은 정상들이 ▦그리스 채권을 되사주는 방안(바이백) ▦은행들의 자발적 롤오버 ▦3년간 은행에 300억유로의 분담금을 물려 구제금융에 충당하는 방안을 놓고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메르켈이 몽니를 부리는 속내는, 그리스에 돈을 빌려준 나라는 따로 있는데 독일이 가장 큰 몫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못마땅해서다. 그리스에 가장 많은 빚이 물린 국가는 프랑스(567억달러)이고, 민간을 봐도 그리스에 가장 많은 대출금을 보유한 금융기관은 프랑스의 BNP파리바다. 독일 여론이 부정적인 것도 메르켈 총리가 선뜻 총대를 메기 어려운 이유. 네덜란드나 핀란드도 같은 입장인데, 세금만 축낼게 아니라 무작정 돈을 빌려준 은행도 정부와 책임을 나눠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로선 21일 회의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 유럽정책연구센터 캐럴 란누 대표는 "결과가 안 나오면 시장의 실망은 커지고 또 다른 공포를 낳을 것"이라 경고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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