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적 분쟁의 최종 결정권한을 가진 헌법재판소의 인적 구성도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체 9명의 재판관 가운데 올 2,3월 교체된 2명의 헌재 재판관을 포함해 8명의 재판관이 현 정부 임기 내에 임명되기 때문이다. 헌재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주로 다룬다는 점에서 재판관이 어떻게 구성되느냐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현재 조대현 재판관 후임으로 추천된 조용환(62ㆍ사법시험 23회) 변호사는 한나라당과 보수 진영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임명 동의안 처리가 보류된 상태다. 어차피 야당 추천 몫이기 때문에 정치적 타협에 의해 조만간 통과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보수진영의 반발이 만만찮아 난항이 예상된다.
반대의 핵심 이유는 “(천안함 관련) 정부 발언을 신뢰하나 직접 보지 않았기 때문에 확신할 수 없다”는 청문회 답변이다. 이에 대해 재경법원의 모 판사는 “현행 국가보안법에 위반되는 발언이 아닌, 조 변호사 개인적 상황 판단 영역에 대한 발언을 보수진영이 이념의 틀에 넣어 해석하는 것”이라며 “정당의 이념성이 이런 방식으로 헌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9월 여당 추천 몫인 이동흡 재판관은 물론, 여야 합의 몫인 목영준 재판관의 후임자 임명 과정에도 유사한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이 2013년 1월 헌법재판소장을 지명하는 점을 고려하면, 헌재의 보수화가 상당 수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헌재 인력구조의 ‘획일성’도 또 다른 보수화를 촉발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은 조대현 재판관 후임을 제외한 8명의 현직 재판관 가운데 박한철 재판관만 검사 출신일 뿐, 나머지는 모두 판사 출신이다. 또 8명 중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지 않은 이는 고려대 출신의 이정미 재판관이 유일하다. 이 재판관을 제외한 나머지 재판관이 모두 60대 전후의 남성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판사 출신 편중 현상은 헌재가 생긴 1988년 이후 비슷하게 이어지고 있다. 1998년부터 2007년 사이에 임명된 39명의 재판관 경력을 살펴보면, 17명이 현직 판사였으며, 퇴직 3년 안팎의 판사가 14명, 검사가 6명이었다. 이름을 밝히길 꺼려한 헌재 관계자는 “정책 법원으로서 헌재가 사회의 다양한 견해를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 사법 엘리트로 성장한 사람들로만 구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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