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쓰레기통 때문에 수박도 못 사먹겠어요." "출근길에 쓰레기를 버릴 수 없으니 너무 귀찮아요." "이 기계를 만든 사람은 분명 살림의 '살'자도 모르는 사람일거에요."
내년 음식물쓰레기 종량제의 전국 시행을 앞두고 서울 영등포구가 행정안전부, 서울시와 함께 3억3,000만원을 들여 지난 1월 양평2동에 시범 설치한 음식물쓰레기통 '클린큐'가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 쓰레기통 주변 악취 민원을 줄이기 위해 제작한 최첨단 시설이지만 사용하는 주부들은 큰 불편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물쓰레기 전자계량, 결제 시스템이 장착된 클린큐는 음식쓰레기가 담긴 가정용 용기를 통째로 넣으면 자동으로 무게를 측정한 뒤 통을 뒤집어 비워주고, 무게에 따라 요금을 부과한다. 결제는 신용카드나 교통카드로 이뤄진다. 한 통을 비우는 데 대략 400원이 들지만 올해는 요금이 표시만 되고 실제 부과되지는 않는다.
주민들의 가장 큰 불만은 고장이 잦다는 점. 양평동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부 오모(37)씨는 "쓰레기통을 넣으면 비워진 뒤 다시 나와야 되는데 다시 나오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개발업체에 연락을 한 뒤 10~15분을 기다려서야 쓰레기통을 되찾아갈 수 있다. 쓰레기 비우는 일이 큰 맘을 먹고 해야 하는 일이 됐다"고 말했다. 이런 오동작이 계속되자 개발업체는 최근 쓰레기통을 열 수 있는 키를 아파트관리실에 맡겨 놓고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쓰레기통이 완전히 비워지지 않은 채 돈만 먹거나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과정에 알 수 없는 오류가 발생, 기기가 멈추는 등 여러 오동작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김용열(55) 양평 2동장은 "시범 실시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오작동이 심하다 보니 주민들의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대당 185만원인 클린큐 176대를 설치, 운영하고 있는 영등포구는 내년부터 구 전체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가정용 용기가 작다는 것도 흠이다. 용기는 연탄 크기 정도의 3리터짜리 플라스틱 통으로 한 가족이 수박 한 통을 먹으면 한번에 처리할 수 없어 여러 차례 나눠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주부 김모(57)씨는 "네 식구 가정에선 너무 작아 하루에 두 번을 버려야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전용 용기를 통해서만 쓰레기 배출이 가능한 탓에 남편들도 불만이다. 한신 아파트에 살고 있는 정모(39)씨는 "과거엔 음식쓰레기를 비닐위생팩 등에 담아 버린 뒤 비닐은 별도 수거함에 넣으면 됐는데 이제는 빈용기를 갖다 놓으러 9층 집으로 다시 올라가야 한다"며 "집안 쓰레기 비우는 일도 더 불편해졌다"고 말했다.
영등포구는 새 쓰레기통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빗발침에 따라 최근엔 클린큐와 함께 기존의 쓰레기통을 병행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처음이다 보니 다소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불편한 점을 개선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현기자 joh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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