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 채권을 사들인 외국인 투자자 리스트 상단에는 카자흐스탄이 새로 등장했다. 5월까지 투자액은 0. 그런데 6월 한 달에만 1조 1,10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단숨에 한국 채권 12위 보유국으로 뛰어올랐다. 2009년 하반기부터 월 평균 3,000억~4,000억원씩 한국 채권을 쓸어 담고 있는 중국의 움직임을 주시하던 정부의 위기감은 한층 고조됐다.
기획재정부가 외국인의 채권투자 급증세에 브레이크를 걸리고 결심한 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학습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국제 금융시장이 급속히 얼어붙자 선진국을 비롯한 각국 투자기관이 앞다퉈 국내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제2의 외환위기' 직전까지 몰렸던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선물환 포지션 한도 제한, 은행부과금 도입과 함께 외국인 채권투자 수익에 과세 조치를 부활한 것도 지난친 자본 유입을 막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한차례 제동에도 불구하고 한국 채권의 인기는 더욱 활황세를 타고 있다. 올 들어 6월까지 반년 동안 늘어난 외국인 채권투자 규모만 6조 7,201억원. 특히 전통적인 투자국이었던 유럽 선진국들의 자리를 요즘 중국,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같은 개발도상국이 대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아시아 개도국의 투자금은 대부분 중앙은행이나 국부펀드 같은 국가 차원의 자금으로 파악된다"며 "유럽발 재정위기 우려 등으로 최근 세계 각국이 외환보유액 투자를 다변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수출호조와 환율하락세 같은 매력이 부각되면서 한국 채구너이 세계 최고의 인기종목이 됐다"고 설명했다.
개도국들이 올해 사들인 한국 채권은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은 통화안정채권과 국채에서도 만기가 가장 짧은 3년물이 대부분이다. 장기채보다는 털고 나갈 우려가 훨씬 높은 채권들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일단은 장기투자 성격으로 보이지만, 국가자금은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국익에 따라 움직이는 '정책 리스크'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정부는 실효성 있는 묘수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자칫 자유로운 자본 투자를 제한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만큼 충격을 최소화하면서도 투자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투자국이 속한 지역별로 채권 매입비율을 정하거나 기존 과세수준을 강화하는 방안의 장·단점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직접적인 투자억제조치 대신 투자금 공시처럼 투자심리를 누그러뜨릴 시그널 차원의 조치도 가능한 대안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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