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와 포털은 애초부터 '궁합'이 맞지 않았다. '사이버 세력=진보세력=노무현정부 지지기반'이란 인식이 깔려 있었던 탓에, 또 이런 등식이 어느 정도는 사실이었기 때문에 정부는 초반부터 인터넷공간과 잦은 마찰을 빚었다.
하지만 사이버공간을 적극적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기 보다는 감시와 통제의 대상으로 여겼고, 이로 인해 갈등의 골은 점점 더 깊어졌다. 사사건건 포털들과 마찰을 빚었던 정부가 마침내 사회관계형서비스(SNS)인 싸이월드까지 시시콜콜 간섭하고 나선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정부가 인터넷 공간 움직임에 너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갈등 또 갈등
정부의 인터넷 길들이기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출범 초 승승장구하던 현 정부의 발목을 결정적으로 잡았던 촛불시위가 애초 인터넷을 통해 점화됐기 때문에, 정부는 이후부터 인터넷 여론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강화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 탓에 "사이버 여론 재갈물리기"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때론 통상적인 여론파악 수준을 넘어 공권력이 동원되기도 했다. 타깃은 모든 사이버여론이 집결하는 포털들이었다.
지난 2008년 10월 검찰은 간판포털 네이버 운영업체인 NHN의 경기 성남시 분당 본사와,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서울 서초동 사무실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수색 명분은 포털들이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음악파일 불법 유통 행위를 방조한 혐의를 확인한다는 것. 하지만 당시 업계에선 '인터넷에 대한 정부의 통제시도'란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지워라, 막아라 요구 잇달아
정부의 포털 콘텐츠 삭제 요청 역시 수시로 도마 위에 올랐다. 2008년 5월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가 다음측에 전화를 걸어 "이명박 대통령에 관한 비판성 댓글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표현의 자유 논란이 확산됐고, 정부는 인터넷 통제에 대한 비판을 받게 됐다. 당시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의 YTN 돌발영상이 YTN 홈페이지에서 사라지자 포털에서도 도미노처럼 삭제된 것 역시, 네티즌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은 바 있다
최근에는 정부의 인터넷 길들이기가 개인 사회관계형서비스(SNS)에 까지 손을 뻗고 있다. 지난 5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한 트위터 계정을 차단 한 것.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욕설을 유해정보로 판단했다는 것인데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은 정부의 인터넷 통제가 한층 강화됐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포털 콘텐츠도 모자라 이제 SNS 계정 아이디까지 일일이 손보려는 것은 해도해도 너무하다"고 꼬집었다.
표현의 자유
전문가들은 정부의 포털 압박에 대해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개방성을 기초로 하는 인터넷공간을 통제하려는 시도 자체가 무모할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표현의 자유 자체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는"정부가 지속적으로 포털을 옥죄면 포털은 스스로 게시물 등 콘텐츠에 대한 사적 검열을 강화 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인터넷, 나아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내년 총선과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점. 정치권은 '사이버 지지세력'확보를 위해 대대적인 여론몰이에 나설 것이고, 정부는 정부대로 포털에 대한 통제시도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포털도 현재 이런 혼탁성 우려에 대해 나름 준비를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은 두번의 선거가 치러지는 해인 만큼 포털공간이 정치색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대응책을 마련중"이라며 "하지만 어떤 경우든 인터넷 여론 자체를 좌지우지하려는 시도는 있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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