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역시 매일 달렸어요. #겟핏"
"내일은 방과 후 바로 운동센터로 갈 겁니다. #겟핏"
요즘 트위터를 하다보면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겟핏(Get Fit)'표시다. 이 표시가 붙은 글은 암 발생 위험을 줄이기 위한 식습관 개선이나 운동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암 사망자의 30%는 건강식과 규칙적 운동을 통해 발병 자체를 막을 수 있었다는 보고가 나온 뒤 시작된 캠페인이다.
하지만 보건당국이나 의료기관에서 시작한 캠페인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 캠페인은 제너럴일렉트릭(GE)이 전 세계에 나가 있는 지사ㆍ현지법인망을 총동원해 지난달 시작한 것이다. 겟핏은 이달 말까지 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건강식이나 운동 관련 글을 가장 많이 올린 대륙에서 한 국가를 투표로 뽑아, GE가 해당국 적십자사에 2만 달러를 기증하는 내용이다.
GE는 겟핏으로 대표되는 '헬씨미지네이션(healthymagination)'을 사회공헌테마로 삼았다. 헬씨미지네이션은 건강을 뜻하는 헬스(health)와 기업이미지의 합성어. 사람들의 건강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GE는 향후 6년간 60억 달러를 헬씨미지네이션에 투입, 혁신적 의료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했다. 실제로 GE는 지난해까지 22억 달러를 투자해 의료 분야에서 43개의 신제품을 개발했고, 2억3,400만명이 혜택을 받았다고 밝혔다. 오다미 GE코리아 헬스케어사업부 차장은 "인류 모두의 관심사인 건강을 챙기는 활동을 통해 회사 이미지가 향상되면 당연히 의료기기 등 GE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늘어날 것"이라고 헬씨미지네이션의 배경을 설명했다.
달라지는 사회공헌
지금 글로벌 기업에는 사회공헌활동 개념 자체가 바뀌고 있다. 종래엔 양로원이나 고아원에 많이 찾아 다니고, 많은 돈을 기부하는 게 최선으로 여겨졌지만, 이젠 기업이미지나 사업전략으로 통일된 '테마형 사회공헌'이 새로운 경향으로 부상하고 있다. GE의 겟핏처럼, 회사이미지 및 사업전략과 맥을 같이 하는 단일 테마를 정해 전 세계 모든 지사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IBM의 '스마트플래닛(똑똑한 지구)'도 마찬가지. 2008년 IBM이 글로벌 경제위기의 극복방안으로 내놓은 스마트플래닛의 주제는 에너지절감, 배기가스규제, 소모품줄이기 등을 통해 경제를 지속 가능하게 회복하자는 것.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플래닛 캠페인 이면에는 IBM이 만드는 저전력 고효율 전산장비나 데이터센터 등 각종 솔루션을 이용하라는 메시지가 깔려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속내가 무엇이든 이 캠페인은 IT업계 전반에 친환경의 큰 반향을 일으켰고, 결국 IBM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지난 해 세계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1위로 등극하게 됐다.
다국적 식품업체 네슬레와 홀푸드가 펼친 '건강한 식품을 위해 정성을 다해서 가축을 기르자'는 캠페인도 같은 맥락. 네슬레는 인도 모가 지역 낙농업자들에게 과학적 축산방법을 교육시켜 우유 품질을 개선했고, 홀푸드 역시 식품가공시설에 풍력을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자연 친화적 가축 사육 캠페인을 벌였다. 그 결과 두 업체 제품의 품질개선이 이뤄졌음은 당연한 일이다.
삼성전자 첫 시도
삼성전자는 19일 본사와 해외법인 등이 각자 개별적으로 진행하던 사회공헌활동을 단일 주제로 묶어 '어린이에게 희망을(Hope for Children)'캠페인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 중에선 처음으로, GE의 겟핏이나 IBM의 스마트플래닛처럼 국내ㆍ해외 지점네트워크가 공동 참여하는 첫 테마형 사회공헌활동인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세계에서 단일 주제 아래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면 효과도 극대화되고 기업이미지도 함께 개선될 것"이라며 "첫 주제로 세계 공통의 관심사인 아이들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물론 구체적 실천방안은 ▦중국에선 낙후지역에 학교를 지어주고 ▦우크라이나에선 소아암 예방 활동을 하는 등 지역별로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사회공헌활동의 방향을 전략적으로 바꾸고 있다"면서 "국내 기업들도 사람과 돈을 쏟아 붓는 식의 산발적인 봉사활동 수준을 넘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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