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모(33)씨는 7개월 된 아들의 이유식 때문에 아파트 인근 대형마트에서 매주 300~400g씩 쇠고기를 산다. 결혼 5년 만에 얻은 귀한 아들에게 먹일 고기여서 항상 국내산 냉장육 1+등급을 고른다. 그런데 쇠고기 가격이 수상하다. 김씨는 "산지에서는 가격 폭락으로 축산 농가가 울상이라는데, 왜 마트 가격은 그대로냐"고 푸념했다.
대형마트의 쇠고기 가격 움직임에도 비대칭성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쇠고기 산지 가격이 내릴 때는 꿈쩍 않다가, 오르면 함께 소비자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대형마트가 폭리를 취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농협과 대형마트에 따르면 쇠고기 산지ㆍ도매가격과 소비자 판매가격 사이의 괴리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산지 쇠고기 가격(600㎏ 큰 암소 평균 경매가격)의 경우 4월14일에는 447만6,000원이었으나 6월9일에는 372만2,000원으로 두 달간 16%나 하락했다. 반면 한국소비자원이 같은 기간 대형마트, 백화점 등 전국 165곳을 조사한 결과, 쇠고기 등심(1+등급ㆍ냉장육) 100g당 가격은 두 달 내내 5,793원에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100g 당 2,950원 하는 불고기용 고기만 150원 내렸을 뿐이다.
하지만 6월9일 이후 산지 가격이 반등해 지난달 16일에는 388만1,000원을 기록하자, 주요 대형마트는 즉각적인 가격 조정에 나서 등심 가격을 6,493원으로 12.1%(700원)나 올렸다. 또 6월말 이후에는 산지 소 값이 2.7%(10만4,000원)나 떨어졌지만 대형마트들은 오른 가격을 고수하고 있다.
쇠고기 도매가격과 소비자 가격의 비대칭적 움직임과 관련, 소비자단체와 유통업계는 180도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소비자단체들은 소 값 하락에 따른 마진을 대형마트가 독점했다는 입장이다.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유통업체가 도축, 가공 등으로 받는 수수료는 25% 정도로 시세 변동이 있더라도 거의 달라지지 않는다"며 "4월부터 6월까지의 산지가격 하락 분 16%는 고스란히 대형마트의 이윤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반면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다른 소매점보다 워낙 싼 가격에 쇠고기를 팔기 때문에, 산지 가격이 소폭 하락해도 가격을 인하할 여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가격을 올린 것은 휴가철을 맞아 수요가 급증한 요인도 크다"고 말했다.
쇠고기 가격이 요동치고 소비자단체와 업계가 대립하는데도, 주무부서인 농림수산식품부는 원인 파악도 못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영업기밀을 이유로 납품 가격은 고사하고 육류 공급업체 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정거래위원회에 유통 단계별 거래가격 조사를 의뢰해야 할 판"이라고 덧붙였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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