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보험사에 소속되지 않은 채 자체 보험설계사를 두고 보험 판매 영업을 하는 법인보험대리점(GA)이 금융감독원 퇴직자들의 또 다른 집합소가 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법인보험대리점의 방만한 영업을 견제하기 위해 올해 1월 보험업법 시행령을 고쳐 6월 말까지 일정 규모 이상의 대리점에 준법감시인을 두게 했으나, 결국 금감원 출신 인사들의 낙하산 자리만 늘어난 셈이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준법감시인 의무 설치 대상으로 지정된 설계사 1,000명 이상 대형 법인보험대리점 14곳 중 6곳 이상이 금감원 출신 인사를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4,400명 가량의 설계사를 두고 있는 프라임에셋은 최근 금감원 검사총괄국 출신 김모씨를 준법감시인으로 선임했고, 전국 60여개 법인을 통합해 설립한 KGA에셋도 금감원 보험검사국 검사실장을 지낸 김모씨를 준법감시인으로 임명했다.
또 다른 대형 대리점인 인카인슈 역시 최근 금감원 출신 인사를 준법감시인으로 선임했다. 앞서 보험 상품을 파는 TV홈쇼핑 업체 4곳 중 3곳(GS샵, CJ오쇼핑, 현대홈쇼핑)이 금감원 출신을 준법감시인으로 영입해 물의를 빚었다. 준법감시인은 금융회사가 법령을 제대로 지키는지 내부에서 감시하는 상근직으로, 통상 임원급 대우를 받는다.
법인보험대리점의 금감원 출신 낙하산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A사 등이 현재 금감원 출신 인사를 접촉 중인데다, 내년부터 설계사 500명 이상으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5월 낙하산 관행을 없애기 위해 전ㆍ현직 임직원을 금융회사 감사로 추천하던 제도를 없애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금감원은 금융권의 낙하산 인사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금감원이 주도적으로 자리 만들기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금감원 출신들을 원하는 것"이라며 "법인보험대리점 시장을 건전화하기 위한 과정으로 봐 달라"고 당부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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