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서울 여의도 랜드마크인 LG트윈타워 서관에 입주한 LG전자 직원들은 확 달라진 근무환경에 새삼 놀란다고 한다. 기존 형광등이 발광다이오드(LED)조명으로 교체됐고, 외부 조도와 연계해 자동으로 내부의 적정 조도를 유지하는 자동조광시스템 등'스마트한 사무실' 덕분에 업무 효율이 크게 향상됐다고 입을 모은다.
종로 2가 청계천변 장교동에 자리한 한화그룹 본사 사옥. 요즘 이 건물은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지어져 올해로 24년 된 이 건물은 건립 당시만 하더라도 가장 높은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며 위용을 뽐냈다. 하지만 지금은 주변에 동국제강, 미래에셋 등 화려한 신사옥들에 가려 다소 빛이 바랬다.
요즘 재계에선 사옥 리모델링이 핫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왠만한 규모의 그룹 치고 이미 사옥 리모델링을 했거나, 계획하지 않는 회사가 없을 정도로 리모델링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일각에서 투자 대신에 수 천억원이 드는 사옥 리모델링에 집착하는 모습에 차가운 시선을 보내하지만 대기업들이 사옥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기업 이미지 향상과 직원 기살리기를 통한 업무 효율성 향상을 들 수 있다. 랜드마크 기능을 하는 사옥은 기업의 또 다른 얼굴이자, 이미지 형성의 주요 구성 요소이기 때문.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임직원들의 일하는 환경을 새롭게 바꿈으로써 경영전반에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전기로 삼기 위한 차원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리모델링은 건물을 단순히 새단장하는 차원을 넘어선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한화그룹이 사옥 리모델링에 돌입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근무 환경 쇄신은 물론 세계 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각오를 새로 다지는'임직원 마인드 리빌딩'이라는 설명이다.
한화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그룹의 변화를 위해'영혼까지 다 바꾸라'고 강조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올 연말까지 사옥 리모델링 작업을 끝낼 예정"이라며"내년부터 전사업장에 새로운 기업이미지(CI)를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계열사 사옥 재배치와 여의도 트윈타워 서관 리모델링을 마무리한 LG 그룹도 마찬가지. 트윈타워 건물을 바꿔 LG전자와 LG화학ㆍLG디스플레이 등 주력 계열사의 분위기를 일신할 방침이다.
특히 LG전자의 경우 최신 업무지원 시스템과 임직원들의 휴식과 건강까지 챙기는 스마트한 사무실 덕분에'쉴 땐 편히 쉬고, 일할 땐 독하게 일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임직원 정신 재무장이 이뤄지는 셈이다. 실제로 업무 환경이 바뀌자 지난 1분기에 흑자로 돌아서는 등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사옥 리모델링 붐은 글로벌 화두인 친환경ㆍ스마트 경영을 실현하려는 의지도 작용하고 있다. 올 연말 리모델링 작업을 완료할 예정인 동양그룹 을지로 사옥도 친환경적인 컨셉트에 초점을 뒀다.
사옥 리모델링만이 아니다. 리모델링 효과를 알면서도 이 것이 마땅치 않은 일부 기업들은 재건축 내지는 신축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8월 완공한 동국제강 사옥(페럼 타워)도 그 중에 하나. 이 곳은 최첨단 인텔리전트 기능은 물론 친환경적인 요소도 두루 갖추고 있다. 2층에 위치한 비즈니스 센터엔 매직글래스가 설치돼 버튼 하나로 외벽유리 투명도가 자동 조정된다. 이달 초 완공된 에쓰오일의 서울 마포 사옥은 건물 안 조명을 LED로 설치하고, CO₂배출량을 최소화했다. 또 전기ㆍ정보통신ㆍ방재 등이 유기적으로 통합 관리되는 지능형건축시스템(IBS)을 갖췄다.
SK케미칼의 경기 성남 판교 신사옥 ´에코랩(ECOLAB)´은 국내에 지어진 업무용 친환경 건물 중 유일하게 ´에너지 효율 1등급´을 획득했다. 건물 곳곳에는 에너지 효율을 높여주는 자가발전장치, 에너지 절감장치가 가동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사옥 리모델링 효과나 신축 효과를 최대한 살려, 경영 전반의 혁신이나 한 차원 높은 도약을 이루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당분간 사옥 신축ㆍ리모델링 붐은 하나의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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