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에 걸친 내부형 공모를 통해 서울 영림중 교장 후보자로 또 다시 선출된 박수찬 교사가 민주노동당에 불법 후원금을 낸 혐의로 검찰의 기소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영림중의 교장 임용이 또다시 진통을 겪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19일 "교장 임용과 관련한 서울시교육청의 인사위원회 회의 자료를 검토한 결과, 검찰이 민노당 후원건으로 시교육청에 박 교사의 인사 기록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박 교사가 기소돼 징계를 받을 경우 교장 임용에 문제 소지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교육공무원 임용령 등에는 징계의결 요구를 받거나 징계처분을 받은 경우 승진을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평교사인 박 교사의 교장 임용도 승진으로 볼 수 있어 이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올해 2월 영림중 학교운영위원회는 내부형 교장 공모로 박 교사를 교장 후보자로 선출했고, 서울시교육청이 최종 면접을 거쳐 교과부에 임용을 추천했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와 교원단체가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다며 반발하자, 교과부는 영림중 교장심사위원회가 서류 심사만으로 지원자를 탈락시키고, 외부 심사위원을 대상으로 사전 연수를 실시하지 않는 등 교장 공모와 관련한 지침을 어겼다는 이유로 임용 제청을 거부했다.
이후 서울시교육청은 영림중의 학부모와 교사 등 구성원의 의견 수렴을 거쳐 내부형 교장 공모를 다시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박 교사가 재응모해 지난달 교장 후보로 다시 추천됐다.
전국교직원노조 서울지부 관계자는 "검찰의 기소 자체도 부당하지만 교과부가 이를 빌미로 교장 임용 여부를 문제삼는 것은 한마디로 전교조 출신 교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이 한나라당 후원을 한 교장에 대해서는 기소조차 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편파적인 것"이라며 "처음에는 절차의 문제를 들어 임용제청을 거부했다가 또다시 검찰의 수사를 핑계로 임용을 미루고 있는 것은 내부형 공모를 진행한 학부모와 교사 등 학교 구성원의 뜻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한편 영림중 학교운영위원, 교사, 학부모 등 관계자들은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학이 시작되는 7월14일 이전에는 새 교장과 함께 방학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학교를 위한 준비를 하려 했는데 교과부가 임용 제청을 미루고 있다"며 박 교사의 임용 제청을 촉구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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