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2011 미스코리아/ 워킹·군무연습 등 빡빡한 일정… "잠 좀 실컷 자봤으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2011 미스코리아/ 워킹·군무연습 등 빡빡한 일정… "잠 좀 실컷 자봤으면"

입력
2011.07.19 17:31
0 0

"순서요? 제비뽑기죠. 모든 결정은 제비뽑기로 합니다."

강원 영월군 동강시스타 리조트에서 지난 10일부터 합숙 생활을 하고 있는 미스코리아 본선 대회 참가자들에게 제비뽑기는 일상이다. 헤어ㆍ메이크업 담당 결정이나 드레스 배정, 취재진의 인터뷰 대상 선정에 이르기까지 '순서'를 정해야 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제비뽑기다. 수면 아래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합숙 기간 동안 행여라도 특정 참가자에 대한 특혜 시비가 불거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12, 13일 이틀 동안 2011 미스코리아 본선 대회 참가자들의 일정을 쫓았다. 첫날 참가자들은 리조트 내 그랜드볼룸에서 본선 책자 프로필에 수록될 신체 사이즈를 측정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데 몇몇 참가자들의 낯빛이 밝지 않아 보였다. 신체 측정이 예정돼 있는 줄 모른 채 점심식사를 양껏 한 참가자들이었다. 스케줄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다. 대회 본부 관계자는 "신체 측정 스케줄을 미리 고지하면 참가자들이 식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신체 측정은 이처럼 불시에 한다"고 설명했다.

오후에는 본선 1부 무대에서 선보일 2분 30초 분량의 오프닝 군무 연습. 팝 가수 크리스티나 아길레나의 인기곡'아임 어 굿 걸'(I'm a good girl)에 맞춰 참가자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중간중간 안무 담당 설선영 씨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손목 꺾고. 다리! 시선 오른쪽! 지금 안된다고 웃을 때가 아니에요. 정신 차릴 때지!" 자세가 조금이라도 흐트러졌다간 매서운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처음 하는 군무 연습에 모두들 혀를 내두르는 와중에도 눈에 띄는 참가자는 있기 마련. "똘똘한 애 일어나봐! XX번!" 동작이 계속 맞지 않자 한 지역 예선 진 출신 참가자가 일어났다. 모두가 헤매던 어려운 동작을 표정까지 완벽하게 표현하는 이 참가자에게 긴장과 부러움 섞인 시선이 꽂힌 것은 당연지사. 군무 연습은 자정이 가까워져서야 마무리됐다. 이들이 떠난 홀 카페트 위에는 머리카락을 고정하던 실핀 수 십개가 점점이 흩어져 있었다.

"10분 드립니다. 그 안에 다 고르세요" 경호팀 관계자가 편의점 문을 열자 각 방 대표14명이 쏜살같이 뛰어들어갔다. 개인 음식 반입이 금지된 합숙 생활이 시작된 지 3일만에 처음 맛보는 '사식'이다. 바구니에 과자며 음료수며 컵라면이 빨려 들어갔다. 하지만 체형 관리에 대한 긴장감 때문에 과자의 달콤한 유혹을 고통스럽게 참아내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한 해외교포 참가자의 장바구니에는 달랑 두유 2개와 캐러멜 2개, 초콜릿 1개가 전부였다. 감자칩을 집어든 이 참가자는 한참을 고민하다 과자를 다시 제자리에 놓았다. "신체 측정은 끝났지만 아직 수영복 심사가 남아 있는데다 언제 하는지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그 와중에도 아예 편의점에 나타나지 않은 독한 참가자도 있었다. 그날 밤, 어떤 참가자들은 신나는 과자 파티를 열었겠지만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배고픔과 싸워야 하는 인내의 밤을 보낸 참가자들도 있었으리라.

공식 일정이 끝난 뒤 기자가 기습 방문한 한 숙소. 벽에는 어머니가 보내준 스트레칭법이 부착돼 있었고, 식탁에는 수영복ㆍ드레스 사진 촬영 시 참고할 자료들이 펼쳐져 있었다. 4인 1조로 20여일 동안 생활하는 이들은 서로 다른 지역에서 왔지만 벌써 친자매 이상으로 친근해진 듯했다. 합숙 생활 중 가장 힘든 점에 대해 제주 출신 참가자(23)는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안무하려면 움직여야 하는데 졸려서 집중도 안되고, 심지어 식사를 하다가도 졸아요." 다들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본선 무대에 대한 압박감도 토로했다. 전북 출신 참가자(22)는 "합숙소에 오니 쟁쟁한 후보들 때문에 왠지 내 자신이 움츠러드는 것을 느꼈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2NE1의 '내가 제일 잘나가'를 속으로 따라 부르며 스스로에게 최면을 건다"고 말했다. 룸메이트에 대한 칭찬이 이어지던 중 한 참가자가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처음 숙소에 도착했을 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 만큼 긴장했다'던 한 참가자의 말처럼 생각보다 힘들고 고달픈 생활때문이리라.

헤어ㆍ메이크업 교육 담당인 김만희(42)씨는 "세계대회에서는 스스로 메이크업을 해야 하는데다 참가자들의 비용 부담을 덜고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해 지난해부터 참가자들이 직접 본선 무대를 위한 헤어ㆍ메이크업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회 관계자는 "돈 안드는 대회를 치르려고 미용실들의 대회 참여를 막았더니 이제는 미용실에서 헤어ㆍ메이크업을 교육시킨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미스코리아 대회를 외부의 개입 없이 치르려는 주최 측과 참가자를 蛙銖狗졍?미용실 간 줄다리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김만희씨는 "합숙 기간 동안 헤어ㆍ메이크업팀이 나름대로 입상자 7명을 추려보곤 하는데 적중률이 꽤 높은 편"이라며 웃었다. 8월 3일 미스코리아를 향한 무대는 합숙 생활이 시작된 시점부터 시작된 것이나 다름 없다.

●참가자 프로필 확인과 네티즌 인기투표 참여는 미스코리아 홈페이지(http://misskorea.hankooki.com)에서 가능합니다.

영월=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