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이성윤)는 환(換)헤지 파생금융상품인 키코(KIKO) 계약을 한 중소기업들이 사기를 당했다며 상품을 판매한 11개 시중은행의 임직원 90명을 고발한 사건에서 은행 임직원 전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고 19일 밝혔다. 형사 처벌을 면하게 된 은행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셨지만, 관련 기업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은 "은행이 취득한 콜옵션이 기업이 가진 풋옵션 가격보다 평균 2.5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행사환율 등 기업이 선택한 계약조건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은행이 이를 유인하거나 계약체결 과정에서 기업들을 속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불기소 이유를 밝혔다.
키코란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기업이 시장가격보다 높은 환율로 은행에 외화를 팔 수 있지만 환율이 지정된 상한선을 벗어나면 시장가격보다 낮은 환율로 팔도록 약정한 파생상품이다.
2008년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수출 중소기업들이 대거 손해를 보자, 은행이 처음부터 기업을 속여 이익을 챙기는 구조로 키코 상품이 설계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 수사는 지난해 2월 환헤지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 고발로 시작돼 1년5개월 동안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피해 기업측은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이 속한 법무법인 바른을, 은행측은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내세웠다. 양측은 검찰에 30여 차례나 의견서를 제출했고, 검찰도 생소한 분야를 수사하다 보니 2만 쪽에 달하는 참고자료를 검토했다.
민사소송 결과도 검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1월 키코로 피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낸 118개 기업 대부분에 대해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앞으로 손실을 보전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찰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전에는 키코를 사들인 기업이 이득을 봤기 때문에, 기업이 키코로 손해를 본 건 금융위기 때문이지 키코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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