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강화도 총격사건으로 드러난 병영 부조리를 없애기 위해 이번 주에 '병영생활 행동강령'을 전군에 하달한다. 하지만 기존 육군 강령과 내용이 거의 같아 재탕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행동강령은 ▦병사 상호관계는 명령복종 관계가 아니다 ▦병의 계급은 상호 서열관계를 나타내는 것이며 지휘자(분대장ㆍ조장)를 제외한 병 상호간에는 명령ㆍ지시를 할 수 없다 ▦구타ㆍ가혹행위, 인격모독(폭언ㆍ모욕), 집단따돌림, 성군기 위반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금지한다 등 3개항으로 돼 있다. 강령은 장관 지시사항으로, 군 명령체계상 최상위의 효력을 갖는다.
그러나 이번 행동강령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육군이 2003년 8월 참모총장 명의로 하달한 4개항의 병영생활 행동강령을 보면 ▦병사 상호간 명령ㆍ지시 금지 ▦어떠한 경우에도 구타ㆍ가혹행위 금지 ▦일체의 언어폭력 금지 ▦성희롱ㆍ성추행ㆍ성폭행 등 성군기 위반 행위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국방부의 새 행동강령은 기존 육군의 것과 판박이나 마찬가지다.
한편 해병대는 이날 총격사건이 벌어진 인천 강화군 길상면 해안소초에서 2시간30분간 비공개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동료에게 총을 쏜 김모(19) 상병은 왼쪽 팔과 다리에 깁스를 한 채 군 구급차에서 내렸다. 범행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모(20) 이병은 군복 차림에 양손에는 수갑을 차고 있었다.
이날 현장검증은 군 수사관,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 희생 장병 유족 10여명이 참관했다. 수사관들은 음주와 K-2 소총ㆍ탄약 절취, 총격, 수류탄을 터뜨리게 된 경위에 대해 세세하게 캐물었고, 두 병사는 태연하게 당시 상황을 재연했다. 김 상병은 도중에 복통을 호소해 의료진이 인근 병원으로 달려가 약을 가져오기도 했다. 몇몇 유족은 소초로 들어서며 눈물을 글썽였지만 침착하게 범행 재연을 지켜 봤다. 일부 유족은 김 상병의 침착함에 치를 떨기도 했다. 참관을 마치고 나온 故 권승혁(20) 상병 어머니는 "죄송하다는 말 한 마디도 없었다. 뻔뻔하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강화=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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