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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엘리트'들의 초라한 몰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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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엘리트'들의 초라한 몰골

입력
2011.07.1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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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ㆍ경 수사권 조정에 반발한 검찰 간부들의 '줄사표 퍼포먼스'는 우리사회 상층부를 구성하고 있는 전문가 집단의 수준을 드러낸 한 편의 촌극이었다.

처음부터 짐작은 했지만, 그들의 행위는 결과를 예상하고 각본에 따라 움직였다는 혐의를 벗기 어렵다. 수사권 조정의 검찰 측 협상 책임자가 총대를 메는 듯이 먼저 사표를 던지자, 평검사와 부장검사가 동조하고 나서더니, 곧바로 검찰총장의 참모그룹인 대검 부장(검사장) 넷이 줄사표를 냈다. 클라이맥스는 검찰총장의 사의 표명이었다. 대통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내 한 몸으로 족하다. 참모들은 나서지 마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짐을 쌌다. 행위는 비장했으나 국민들에겐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한 채 쓸쓸한 뒤풀이 의식으로 막을 내렸다.

배부른 자들의 투정

사의를 표명했던 참모들은 금세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차기 총장 후보자의 후속 인사 구상에 온통 관심을 집중하고 있을 터이다. 뭐,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조직의 생리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검찰이 이 사회에서 스스로 자리매김해온 위상에 비춰보면 초라한 몰골이다. 그들은 언제나 스스로 엘리트임을 자처해왔다. 어느 조직이나 집단보다 많은 권력과 명예를 누리면서 자신들은 그런 혜택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자부해왔다. 하지만 국민들의 의구심은 더욱 커졌다. 과연 그들이 위상에 걸맞은 책임있는 행동을 하고 있는지. 그들의 몸가짐이 이처럼 가벼운 것이, 그들은 언제 그만둬도 전관 변호사로서 돈방석에 앉을 수 있기 때문은 아닌지. 국민의 눈에 그들의 행동이 절박하기는커녕 배부른 자의 투정으로 느껴지는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

실제로 그들은 사표는 내는 순간, 단기간에 거액을 챙길 수 있는 전관 변호사가 된다. 검찰에서 잘나가던 간부라면 퇴직 후 적어도 연간 10억원 이상은 벌어야 정상이라고 할 정도다. 때마침 대기업 총수라도 연루된 굵직한 사건이 터져주면 그 금액은 수십억원 단위로 뛸 수도 있다. 거액을 받고 그들이 하는 일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중요 피의자의 인신 구속을 막는 것이다. 재직 시절 함께 일했던 후배나 동료가 청탁과 로비의 창구가 된다. 현직에 있을 때부터 조직의 이해와 자신의 이익을 동일시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인 것이다.

이것은 비단 검찰만의 문제가 아니다. 저축은행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금융감독원과 국세청 같은 힘있는 기관의 공직자들은 현직에 있을 때 뒤를 봐주고 퇴직 후에 자리를 보장받는다. 그리고는 브로커나 로비스트 역할을 하면서 거액의 자문료나 고문료를 챙긴다. 서울국세청 조사국장 출신의 모 인사가 퇴임 후 3년 동안 대기업 한 곳에서만 자문료 명목으로 30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는데, 이것이 결코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힘있는 정부부처 출신 공직자들이 대부분 이런 관행을 은밀히 즐겨왔다. 전관예우는 고위 공직자나 전문가 집단이 공직 경력과 경험을 이용해 사적인 이익을 챙기는 행위다.

그들은 그러면서 자신들이 갖고 있는 권한을 손톱만큼도 내놓기를 거부한다.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검찰이 보여준 태도나, 저축은행 사태 이후 금감원 개혁 논의가 당사자들의 반발로 용두사미가 될 처지에 놓인 것이 그런 경우다.

전문가로서 양심 지켜야

힘있는 집단의 이기적인 행태는 단지 그들이 권한을 얼마나 더 누리느냐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더 심각한 것은 그들이 집단적, 또는 개인적 이익을 위해 그 힘을 잘못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출세를 위해 사건 처리를 정권의 입맛에 맞게 하고, 퇴임 후를 의식해 누군가의 청탁을 들어줄 수 있다.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려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국민이 받아들일 수 없는 그들의 이기적 행태는 엄격하게 통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에 앞서 그들 내부에서 조직의 논리보다 전문가로서 독립적 판단과 양심을 지키기 위해 줄사표를 내는 장면을 보고 싶다.

김상철 사회부장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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