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국방부가 병영문화 쇄신을 위한 ‘병영생활 행동강령’을 새로 만들어 일선부대에 전파한다고 밝혔다. 분대장과 조장 등 지휘자가 아닌 병 상호간은 명령복종 관계가 아님을 분명히 하고, 구타 가혹행위 인격모독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2003년 만든 육군 행동강령과 별 차이 없으나 때가 때인 만큼 의미가 있다. 국방부는 새 행동강령에 선언적 성격이 아닌 법적 구속력을 부여할 계획이다.
중요한 것은 실제 병영 현장의 운용에서 실효성이 있도록 구체적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번 총기사건 직후 실시한 해병대 장병 인식조사에서 장병의 4분의 1 가량이 여전히 구타와 가혹행위의 필요성을 인정한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외부로 노출되지 않는 폐쇄적 병영 문화의 개선은 장병들의 근본적 인식변화가 수반되지 않고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구타 가혹행위 반인격적 행위 등은 군기와 전투력과는 전혀 무관할 뿐 아니라 도리어 군의 지휘명령체계를 훼손하는 악폐라는 인식을 지속적으로 교육시키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은 군 간부들이 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군 간부들은 병영의 오랜 악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부대 운용상 편리하거나 손대기 번거롭다는 이유 등으로 묵인, 방조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방관적 태도를 철저히 반성하고 전투력 위주의 강군을 만드는 데 전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해병대 대토론회가 여론을 의식한 전시성 행사로 흘러 지휘부의 개혁 의지를 확신하지 못하게 한 것은 아쉽다.
간과해선 안 될 것은 병영문화 개선이 자칫 군대답지 않은 군대로 흐를 개연성이다. 어떤 경우에도 강도 높은 훈련과 엄정한 군기가 군 조직의 기본임을 망각해선 안 된다. 무른 군기는 전투력 약화는 물론, 각종 사고의 원인이 되기 쉽다. 세심한 고려와 균형 잡힌 방안으로 우리 군을 진정한 강군으로 탈바꿈시키는 일은 거의 전적으로 군 간부들의 역량과 노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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