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버랜드가 그제 조장희 삼성노조 부위원장을 징계 해고했다. 공교롭게도 고용노동부가 노조설립 신고증을 교부해 최초의 삼성노조가 정식 출범하기 1시간 전이다. 노조를 막으려는 것이란 노동계의 비판에 삼성은 “징계는 개인적 비위 때문이며 노조 설립과 관계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연한 일로 보기는 석연찮은 구석이 한 둘이 아니다.
삼성은 조 부위원장이 2009년 6월부터 협력업체와의 상세한 거래내역이 담긴 경영 기밀과 임직원 4,300여명의 개인정보를 무단 반출하는 심각한 해사(害社)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불법으로 다른 사람 명의로 된 ‘대포차량’을 운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징계는 정당하다. 그러나 ‘해사 행위’의 구체적 증거는 없다. ‘대포차량 불법운행’도 법원 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징계 사유로 삼은 것은 성급하다. ‘노조 탄압’이란 쓸데없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오히려 징계에 신중했어야 옳다.
조 부위원장에 대한 징계 조치의 정당성 여부는 재심과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행정소송 등을 통해 가려질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에 관계없이 이번 징계로 겨우 4명으로 어렵게 출범한 초기업 단위노조인 삼성노조는 타격을 입었다. 삼성에버랜드는 노조 회계감사를 맡은 또 다른 노조원에 대해서도회계비리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일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초미의 관심사의 하나가‘무노조 경영’원칙을 고수해온 삼성에 노조다운 노조가 생기냐는 것이었다. 노동계의 숙원대로 노조가 생기기는 했지만, 이번 징계 논란을 보면 노사 모두에게 갈 길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삼성은 노조에 관한 법을 존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진심이기를 바란다. 노조의 존재가치 자체를 부정하면서 보이지 않은 위협이나 교묘한 방해로 자유로운 노조 설립과 활동을 막는 것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다. 일류 기업의 모습은 더더욱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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