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자녀를 둔 교수와 교사들이 대학 수학능력시험 출제ㆍ검토 위원으로 참여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로 뒤늦게 드러난 것은 어처구니 없다. 규정 위반 여부를 떠나 유관기관들의 기강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지 새삼 일깨운다. 무엇보다 감독 책임이 있는 교육과학기술부는 도대체 뭘 했는지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감사원이 수능 출제를 맡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감사한 데 따르면, 자녀가 대입 수험생인 대학교수와 고교 교사들이 수능 출제 및 검토위원으로 참여한 사례는 한두 건이 아니다. 또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이나 계속됐다. 1차적 책임은‘수능 응시 자녀가 없다’고 거짓 확인서를 제출한 위원들에게 있다. 민감하기 짝이 없는 수능 출제를 맡은 공적 책임을 저버린 잘못이 크다.
그러나 더 큰 잘못은 70만 수험생의 운명을 가를 수능 출제 관리자로서 규정준수 여부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교육과정평가원에 있다, 그런데도 평가원은 “적발된 11명 중 검토위원 9명은 늦게 합류했고, 출제위원 2명의 자녀는 해당과목을 선택하지 않아 문제 유출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문제 될 게 없으니 부실관리 책임도 어물쩍 넘기자는 얘기다. 게다가 교과부는“해당 위원들이 업무를 방해했다면 평가원장이 고발할 수 있다”며 마치 강 건너 불구경 하는 투다.
교과부와 유관기관의 무책임한 행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얼마 전 민요 ‘아리랑’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으로 선정됐다는 인터넷 루머가 국정교과서에 실린 일에 대해서도 끝내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교과부 관계자는 “관련 내용이 틀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근거가 없기 때문에 내년부터 관련 부분을 수정하기로 했다”는 해괴한 주장을 펴며 “명확한 규정이 없어 징계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정교과서의 치명적 오류와 수능 출제의 구멍을 이런 식으로 얼버무린다면 국민이 어떻게 교육행정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이주호 장관이 책임진다는 자세로 직접 나서 바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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