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중 백조와 흑조의 춤이 해금을 중심으로 한 선율에 실려 우리 춤사위로 거듭 난다. 서양 고전 발레의 한국적 수용으로 주목 받은 '백조의 호수'를 비롯해 전통 춤과 소리 등이 어우러진 특별한 무대가 열린다.
중요무형문화재 승무 전수조교이자 살풀이 이수자인 임이조씨와 제자들로 구성된 임이조선무용단이 엮어내는 '부지화(不知畵)'는 다채로운 타악 속에서 우리 고유의 춤사위가 현대와 얼마나 잘 어울릴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장이다. 제목은 시만 알고 그림에는 까막눈인 선비를 풍자한 조선 후기 화가 조회룡의 말에서 따왔다.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을 승무는 20여분에서 6분으로, 10분을 족히 넘기는 '한량무'는 9분으로 압축했다. 퓨전 선율 속에서 부채를 들고 추는 '청산유수'는 이번이 첫 무대다.
국악의 대중화를 목표로 한 퓨전 국악 그룹 타고예술단이 '민요 메들리' 등을, 경기민요 이수자인 박정미 등이 '긴아리랑' '구아리랑' 등 다양한 아리랑과 함께 영화 '미인도'의 주제곡을 들려준다. 타악 집단 '등불'이 연출하는 전통 장단이 극장을 울린다.
예술총감독을 맡은 임씨는 선비의 풍류를 춤사위로 되살린'한량무'를 실제로 선보인다. 흰 도포 자락과 촘촘한 발 디딤새의 어우러짐이 가히 일품이다. 그는 "이 무대의 핵심어는 대중화와 현대화"라며 "사물놀이, 선무용단의 춤, 김홍도 그림 등 다양한 시청각적 소재를 빌려 재미있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21일 오후 7시 30분 남산국악당.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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