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퍼트 머독의 신뢰가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머독 일가가 보유한 주식 평가액이 급감하고, 뉴스오브더월드(NoW)의 모회사인 뉴스코퍼레이션(뉴스코프)은 신용등급 하락의 위기에 처했다. 전문가들은 '머독 디스카운트'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머독 일가가 보유한 뉴스코프 지분 38.4%의 주식 평가액이 18일 49억6,000만달러로 급락했다고 보도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60억달러에 달하던 평가액이 3주 사이에 10억달러 이상 감소한 것이다. 뉴스코프는 이날 하루 주가가 4.3%나 떨어졌다. 버클레이스은행 등의 분석에 따르면 도청 파문이 나기 전 뉴스코프의 기업가치는 620억~790억달러였으나 지금은 410억달러 밖에 되지 않는다. 머독 관련 기업 채권의 파산 위험 정도를 반영하는 신용디폴트스왑(CDS) 지수도 최근 급등하고 있다.
급기야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이날 뉴스코프 채권을 '부정적 관찰 대상'에 넣어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했다. S&P는 "도청 파문이 뉴스코프의 사업과 명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영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도청에 따른 문제가 본격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은 머독이 수습 과정에서 레베카 브룩스를 감싸고 도는 등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애널리스트 마이클 모리스는 "투자자들은 머독이 주주들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코프의 소액주주 가운데 도청 파문으로 손해를 보았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까지 나올 정도다. 블룸버그통신은 머독의 부정적 이미지로 인해 뉴스코프 등 머독 관련 기업의 가치가 50% 정도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뉴스코프의 9ㆍ11테러 희생자 도청 의혹에 대한 조사가 미국에서 본격화하는 것도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뉴스코프가, 외국 관리에게 뇌물을 줄 경우 처벌을 하는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것도 악재다. 다국적기업인 뉴스코프는 전체 매출의 54%를 미국과 캐나다에서 올리고 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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