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휴대폰 도청 파문으로 이달 10일 폐간된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 뉴스오브더월드(NoW)에 몸담았던 한 기자는 레베카 브룩스가 NoW 편집장이던 시절(2000~2003년)에 대해 "냉소와 빈정거림, 내부경쟁의 두려움 속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특종을 하라는 압력에 시달렸다"고 회고했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NoW와 더선(The Sun) 전직 기자들의 증언을 통해 전한 언론사 내부의 분위기는 끔찍했다. 특종을 위해서라면 편법과 불법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NoW에서 7년간 일한 기자는 "(정보입수에) 사설탐정의 도움을 받았고, 어떻게 입수했는지는 묻지 않았고, 알 필요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유선전화, 심지어 의료기록 수집까지 일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정보는 특종으로 이어지거나 더 나은 기사거리를 위한 거래로 이용됐다.
전직 기자들은 또 브룩스와 후임인 앤디 쿨슨(2003~2007년 NoW 편집장)이 휴대폰 도청 등 갖가지 불법 행위에 대해 몰랐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전 NoW 기자는 "브룩스와 쿨슨은 매일 두 시간씩 기사 점검 회의를 했는데 대부분 정보의 출처에 대한 얘기였다"고 털어놓았다. 또 뉴욕타임스(NYT)는 브룩스가 도청파문이 처음 불거졌던 2006년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언 에드먼슨 부편집장을 해고한 뒤에도 '입막음조'로 급여를 계속 지급했고, 핵심 간부들의 컴퓨터 자료가 파괴되는 등 조직적 은폐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기자들은 일상적인 고용 불안에도 시달렸다. 특종을 낚지 못하면 면전에서 모욕을 당하기 일쑤였고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압박에 짓눌렸다.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으로 병가를 냈다가 2007년 해고된 매트 드리스콜 기자는 법정에서 부당해고가 인정돼 130만 달러를 보상받았다.
일간인 더 선에 비해 주간인 NoW 기자들의 스트레스가 더 심하고 비밀도 많았다. 두 곳에서 모두 일해 본 한 기자는 "NoW에서는 서로 무엇을 하는지도 숨길 정도"라고 말했다.
NoW의 모회사 뉴스인터내셔널은 "직원들이 회사 운영방식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다"며 "일일이 대응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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