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자 축구를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오르게 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최덕주(51ㆍ사진) 여자 청소년대표팀(19세 이하) 감독은 한마디로 "엄마 축구의 힘"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1980년대 후반부터 J리그 감바 오사카의 전신인 마쓰시타 전기에서 코치 생활을 하는 등 일본에서 선수와 코치로 20년 가까이 생활한 일본 축구 전문가다.
최 감독은 18일 "일본은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접한다. 어머니 축구가 활성화해 있어 네다섯 살 아이들이 엄마 손을 잡고 그라운드로 나온다"는 말로 일본 축구의 저력을 설명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축구를 접해 기본기가 탄탄하고 개인기가 좋은 게 일본 여자 축구의 특징"이라며 "90년대부터 일본이 세계 축구 정상에 근접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여자 축구의 저변은 남자 축구 못지않다. 89년 여자 축구 나데시코 리그(L-리그)가 출범했을 때 동네마다 '엄마 축구'가 널리 보급돼 있을 정도였다. 최 감독은 "오사카만 해도 어머니팀이 수십 개에 달하는데, 동네마다 마을마다 하나씩 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50~60대 남자 시니어 축구대회가 열리면 40~50대 '어머니팀'이 출전해 함께 경기를 할 정도다. 축구에 대한 엄마들의 관심이 워낙 높다 보니 아이들이 축구와 친숙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일본축구협회에 등록된 여자 유소년 선수는 2만 5,000명 정도지만 실제 인원은 더 많을 것으로추산된다. 최 감독은 "일본의 여자 유소년 선수들은 초등학교까지 혼성팀에서 뛰는데, 한국과 달리 여자 주전들도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일본 여자 축구팀은 중학교부터 있는데, 뛰어난 선수가 되려는 경쟁이 경쟁이 치열하다. 일본 시즈오카에는 우리의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와 같은 'J빌리지'라는 축구센터가 있는데, 매년 이곳에 들어가려는 경쟁률은 1,000 대 1에 달한다. 최 감독은 "J빌리지는 13세 이상부터 여자 선수를 받는데, 각 학년 당 5명씩 뽑는데도 경쟁률이 엄청나다"며 "오히려 연령별 대표팀보다 강하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최 감독은 "일본에서는 건강을 위해 축구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어 엄마와 아이가 함께 축구를 즐긴다"며 "그것이 유럽의 큰 선수들을 제칠 수 있는 기술을 익히는 바탕이 됐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 여자 선수들은 5, 6학년이 돼서야 공을 차기 시작하는데, 이처럼 축구에 대한 인식과 환경의 차이가 한국과 일본의 경쟁력 차이를 가져오고 있다는 것이 최 감독의 분석이다.
그러나 최 감독은 "우리와 체격이 비슷한 일본이 성인 무대에서 우승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한국의 대표팀급은 일본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고, 또 한국에서도 여자 축구에 대한 인식이 점차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곧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두용기자 enjoyspo@s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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