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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 대안학교 유일 신입생인 미혼모 선영이/ "중학교 졸업장 따면 나의 아기도 기뻐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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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 대안학교 유일 신입생인 미혼모 선영이/ "중학교 졸업장 따면 나의 아기도 기뻐하겠죠"

입력
2011.07.1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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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를 속이시면 어떡해요?"

13일 오전 11시 서울 구로구 구로동 가마산로 272번지 서울시 한부모가족지원센터. 이곳에서는 한 사람만을 위한 특별한 입학식이 열리고 있었다. 이날의 주인공인 선영이(여ㆍ가명)는 입학식 도중 끝내 눈물을 보였다. 위탁형 대안학교인 도담학교의 유일한 신입생인 선영이의 남자 친구와 선생님들이 몰래 준비한 동영상 메시지 때문이다. 선영이는 이날 선생님들이 손수 만든 꽃다발과 분홍색 하트 모양 시계를 선물로 받았다. "입학식 때 꽃다발을 받은 것도, 행사의 주인공이 돼 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에요."

중등 과정을 공부하게 될 선영이는 교복이 잘 어울리는 작은 체구의 단발머리 소녀다. 앳된 얼굴이지만 선영이에게는 생후 6개월 된 아이가 있다. 지난해 임신을 하자 친구들은 더 이상 선영이와 놀아주지 않았다. 어떤 급우는 싸움을 걸어오거나 모욕감을 주기도 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그런 애와 우리 아이를 같은 학교에 다니게 둘 수 없다"며 항의를 했다. 결국 선영이가 다니던 학교는 대안학교 위탁교육을 결정했다.

"처음에 배가 부른 상태에서 미혼모 쉼터에 갔을 때 제가 나이가 제일 어렸어요. 언니들은 모두 창피해했지만 저는 창피하지 않았어요. 제 아이를 제가 낳는 거니까요."라고 선영이는 담담하게 말했다.

새 아기 엄마로서의 선영이는 당당했지만 '소녀' 선영이의 옛 과거는 어두웠다. 생후 3개월 되던 때 어머니를 여의고, 홀로 남은 아버지는 폭력을 일삼았다. 결국 그는 가출을 했고, 고등학생 남자친구를 만나 동거를 시작했다. 그가 낙태를 거부하고, 아이를 낳아 키워야겠다고 생각한 데는 어린시절 어머니의 사랑에 목말랐던 과거가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도담학교 준비 적응교육에 처음 들어왔을 때 선영이는 바로 마음을 열지 못했다. 그는 "(학교에서) 쫓겨난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하지만 7명의 선생님은 지각을 하는 그를 혼내기보다는 기다려줬다. 선영이는 "다리를 다친 선생님이 제가 늦게 와도 다리를 절뚝거리며 다가와 '선영아'하며 반가워 해주니까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선영이는 "기회가 된다면 상업계 고교를 나와 회사원이나 은행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아기를 빨리 데려와 행복하게 키우고 싶다"는 속내도 털어 놓았다. 현재 선영이의 아기는 지인이 키워주고 있다. 고교생이지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남자친구가 버는 월 100만원 가량의 수입으로 생활하고 있다.

선영이는 도담학교에서 위탁교육을 마치면 원래 다니던 중학교 졸업장을 받게 된다. 정교사 자격증을 소지한 교사들이 국어 영어 수학 등 일반 교과뿐 아니라 요가 육아 부모교육 등의 대안교과도 가르친다. 이날 내내 눈시울을 붉힌 도담학교 담임 선생님은 "지금 원래 학년보다 낮은 학년 과목을 배우고 있지만 1대 1 수업을 해보니 전에는 싫어하던 과목인 국어를 좋아하게 됐다"며 "밝고 매력 있는 아이지만 항상 말끝에는 공허감이 묻어나 마음 아프다"고 말끝을 흐렸다.

도담학교 전교 1등(?) 선영이는 운이 아주 좋은 편이다. 지난해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미혼 한부모 가정은 전국적으로 약 18만5,000가구에 이르며 매년 증가 추세다. 이 가운데 30%가 10대로 추산된다. 하지만 정부와 각 지자체는 10대 미혼모 가정에 대해 대책은커녕 정확한 가구 수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10대 미혼모를 대상으로 한 시의 대안학교 시도가 이번이 처음일 정도다. 이영호 한부모가족지원센터장은 "10대 미혼모를 위한 대안학교를 만들어 학생을 데려오기 위해 사방으로 수소문했지만 대부분이 학교를 그만 두거나 출산 사실을 숨겨 사례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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