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짜리 아들을 위해 일본산 '군(goon) 기저귀'를 사용하던 주부 이모(33)씨. 지난 3월 일본 대지진 이후 왠지 방사능이 찝찝해 국산 기저귀인 '하기스 골드'로 바꿨다. 그런데 이 씨는 최근 오픈마켓에서 기저귀 가격을 검색하다 깜짝 놀랐다. 하기스 골드는 지난 5월 '하기스 프리미어'라는 신제품으로 바뀌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 반대로 일본산 군 기저귀는 대지진 전보다 값이 싸져, 국산이 외산보다 가격이 비싼 기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있지도 않은 방사능 때문에 괜히 바꿨다"고 후회하던 차에 이씨는 다시 군 기저귀로 갈아타기로 마음을 먹었다.
대지진 이후 판매가 급감했던 일본 기저귀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 대지진 직후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지기도 했지만, 뒤이은 방사능 논란 때문에 국산 기저귀로 바꿨던 주부들이 다시 일본 기저귀로 돌아가고 있는 것. 수요가 몰리자 고전적인 '프리미엄 제품'출시 수법으로 값만 올렸던 국산 기저귀는 다시 '부메랑'을 맞고 있다.
18일 인터넷 장터인 옥션의 집계에 따르면, 지진 직전인 지난 2월 국산과 외산 기저귀의 점유율은 64 대 36이었고, 대지진 이후인 4월에는 78 대 22로 벌어졌다. 그러나 대지진 여파가 소멸되면서 외산 기저귀가 뒷심을 발휘하기 시작, 지난달에는 65대 35로 좁혀졌다. 사실상 대지진 이전으로 복귀한 셈이다.
외산 기저귀는 대부분 일본산이고, 이중 군 기저귀가 간판제품이다. 이 같은 일본 기저귀의 부활 배경에는 바로 가격역전 현상이 있다는 업계의 지적이다.
실제로 이날 한 오픈마켓에 올라 온 기저귀 판매가격을 보면, 일본 군 기저귀의 1개당 가격(밴드형 라지 기준)은 286원으로, 국내에서 가장 잘 팔리는 국산 기저귀인 하기스 프리미어(5단계, 423원)와 하기스 매직팬티(5단계, 401원)는 물론 하기스보다 싸다고 알려진 보솜이 천연코튼(5단계, 303원)보다도 저렴했다.
군 기저귀보다 비싼 일본 기저귀인 메리즈 기저귀(수출용, 라지)도 개당 401원으로 하기스 프리미어보다 저렴했다. 한 달에 100개 이상 사용하는 가정의 경우 1만원 이상 가격 차이가 나는 셈이다. 기저귀는 대량으로 구입해 사용하는 생필품인데다 구입처에 따라 가격 차이가 두 자릿수 퍼센트로 벌어지기 때문에 상당수 주부들은 오픈마켓을 통해 구입한다.
이 같은 가격 역전은 대지진 전후로 국산 기저귀의 가격이 오른 반면, 일본 기저귀의 가격은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내 점유율 1위 브랜드인 하기스는 기존의 '골드' 모델을 리뉴얼하고 흡수성을 높인 '프리미어' 브랜드를 5월에 출시하면서 출고가를 4.5% 올렸다. 하지만 유통 마진 등을 포함해 소비자들이 느낀 체감 인상 폭은 이보다 훨씬 컸다.
반면 군 기저귀는 지진 전보다 가격을 내렸다. 군기저귀의 국내 온라인 독점 판매업체인 제이앤하이 관계자는 "지진 전 7만6,000원이었던 공식 판매가(3팩 기준)를 지진 직후 사재기로 품귀 현상을 빚었을 때 8만2,000원까지 올렸지만 현재 6만9,500원에 팔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제조사가 전 품목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유해성 논란이 점차 수그러지고 있는 것도 일본 기저귀가 부활하는 원인 중 하나다. 제이앤하이 관계자는 "군 기저귀의 경우 일본 공장에서 출고할 때 모든 제품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고 있고 국내에 들어온 제품에 대해서는 일부를 골라 다시 한번 검사한다"고 밝혔다.
한 주부는 인터넷 육아 카페에 "품질에 이어 가격까지 일본산에 밀리니 국산 기저귀를 써야 하는 이유는 방사능 하나밖에 없게 됐다"며 "일본 기저귀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적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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