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당직 인선이 18일 진통 끝에 마무리됐지만 결국 계파 나눠먹기로 끝났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 공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무총장과 여의도연구소장, 제1ㆍ2사무부총장 등의 자리는 철저하게 계파 안배로 이뤄졌다. 홍준표 대표가 당선 때부터 탈 계파를 부르짖었지만, 결국 계파간 분배를 통한 '정치적 탕평'에 그쳤다는 평가다.
한나라당은 이날 여의도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소장에 정두언(재선ㆍ서울 서대문을ㆍ중도 쇄신파) 의원, 제1사무부총장에 이혜훈(재선ㆍ서울 서초갑ㆍ친박계) 의원, 제2사무부총장에 초선의 이춘식(초선ㆍ비례대표ㆍ친이계)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당초 여의도연구소장에는 유승민 최고위원이 추천한 재선의 친박계 최경환 의원과 나경원 최고위원이 거명한 것으로 알려진 3선의 심재철 의원이 물망에 올랐으나, 이날 회의에서 남경필 최고위원이 추천한 정 의원으로 결정됐다. 내부 조율 과정에서 제1,2 사무부총장에 친박계와 친이계 의원이 임명되면서 계파안배를 고려해 정 의원이 낙점된 것이다.
홍 대표 직계인 김정권 사무총장과 주호영 인재영입위원장에 이어 친이-친박-쇄신파의 당내 3대 계파의 인사들이 각각 중용되면서 내년 공천과정에서 각 세력들이 서로 견제할 수 있는 절묘한 위치를 한 자리씩 차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여의도연구소장은 지역구별 여론조사를 총괄하는 등 내년 총선 공천 여부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자리다. 때문에 7ㆍ4 전당대회 이후 각 계파들이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정 의원은 개인적으로 향후 정치적 입지를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 그는 이명박 정부 초기만해도 친이계 핵심 인사였지만 권력사유화 논란 등으로 이상득 의원 측과 갈등을 빚은 뒤 친이계를 벗어나 당내 비주류로서 청와대와 대립 각을 세워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도 쇄신파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정 의원이 여의도연구소장을 맡으면서 어떤 개혁적 프로그램을 내놓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한편 당 최고위는 새롭게 신설되는 최고위 산하 지역발전특위 위원장에는 3선의 이주영 정책위의장을 겸임시키기로 했다. 또한 홍보기획본부장과 대표 특보단장에는 각각 재선의 최구식 서상기 의원이 임명됐다. 수석 부대변인에는 서장은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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