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교육을 크게 생각해본다. 초등학교 시절은 삶을 생각하기에 너무 어린 나이고, 철이 들어가는 고등학교까지는 치열한 입시교육 때문에 삶을 깊이 있게 성찰할 시간이 없다. 전공이 결정된 대학에서는 취업에 필요한 스펙 쌓기에 정신이 팔려 초행길 삶에 대한 큰 생각이 부족하다. 학생들에게 공부를 왜 하나고 물어보면, 많은 학생들이 안 하면 안 되니까, 대학에 잘 들어가기 위해서, 좋은 직장을 잡기 위해서, 출세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공부는 험난한 삶의 여정과 같아
학생과 일반 사람들에게 공부하는 이유를 실감 있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들의 삶을 스케치해보자. 복잡한 세상에서 각자의 삶은 자신의 내적 인식능력을 향상시키고, 기존의 세계가 이룩한 지식들을 나름대로 활용하며 결국에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서 인생의 항로가 결정되고 있다. 이 점에 착안해 사람들 각자를 자동차로 바꿔서 살펴보고자 한다.
자동차는 발전을 거듭해왔기에 그 세계를 통해서 유용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면, 교통운송과 관련된 3대 핵심요소가 자동차, 교통기반시설, 운전자인 사실로부터 공부하는 이유를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겠다.
또 고물 차, 새 차 등 각기 다른 자동차를 각 사람으로, 지역마다 천차만별인 교통기반시설을 각 사람이 처한 주변여건으로, 다양한 성향의 운전자를 사람의 마음으로 보면서 그들을 통해 공부해야 할 이유들을 살펴보자.
차안의 속도판 등 여러 계기판들을 보면서 그와 역할이 비슷한 자신의 인식 기능은 과연 어느 수준에 있는지를 자문할 수 있다. 자동차의 앞 유리창, 사이드 미러, 백미러의 역할은 자신의 미래, 현재, 과거를 잘 인식하면서 살아야하는 노하우를 알려준다. 브레이크 기능은 삶에서 분별력과 자제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포장도로 안내판 등 훌륭한 교통기반시설을 이용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할 때 편하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기에 삶에서도 세상에 대한 기존의 지식들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공부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줄 것이다. 또한 커브 길에서는 속도를 낮추고, 폭설로 도로가 결빙된 경우를 대비해 체인을 감는 운전자를 보면서 험난한 삶의 여정에서 어떤 마음가짐이 바람직한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사람을 자동차로 보면 자동차 운전자가 사람의 마음으로 대응되기에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마음을 보다 쉽게 연구할 수 있는 훌륭한 창이 된다.
누구나 보다 우수한 디자인과 성능을 가진 자동차를, 교통기반시설이 보다 잘 구축된 곳에서 운전하기를, 또 난폭 운전자보다는 모범 운전자가 되기를 원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자신의 삶도 똑같은 욕구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사람들은 이제 비로소 공부해야 할 이유들을 실감할 수 있게 된다.
같은 모델이어도 환경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기에 시공 설정이 중요하다. 어린 시절 교육을 받기 전에는 세상과 삶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으므로, 교육은 인식의 세계로 보면 깜깜한 밤중에 출발하고 있다. 또 시간 축을 생각하면 같은 공간에 살아도 어제와 오늘은 다른 세계이므로 우리들의 삶은 낯선 곳에서의 초보운전자와 같은 신세다. 야간 초보운전자로 설정되면 주간운전과 다르게 헤드라이트 점검과 함께 도움을 줄 경험 많은 조수의 필요성도 한층 높아질 것이다.
평생 배움의 끈 놓지 말아야
세상과 삶을 알아야 선택을 잘 할 수 있으며,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므로 평생에 걸쳐서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초행길 야간 초보운전자라면 헤드라이트, 브레이크, 엔진오일, 타이어, 지도, 동승자 등 안전운전에 필요한 준비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 삶이 그와 유사한 환경이라면 위와 비슷한 능력들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힘들어도 공부해야 한다. 그 동안 지겨웠던 공부가 진정으로 하고 싶어지려면, 세상과 삶을 보는 창을 지금보다 훨씬 더 근사하게 설정해야 한다.
문권배 상명대 사범대학장·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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