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경기에서는 내용과 결과가 정반대로 연출되는 일이 종종 있다. 18일 오전(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에서 열린 브라질과 파라과이의 2011 코파 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 8강전이 그랬다.
브라질은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골 결정력 부족으로 120분간 0-0으로 비긴 후 돌입한 승부차기에서 네 명의 키커가 차례로 페널티킥을 실패하며 0-2로 패했다. 마누 메네세스 브라질 감독은 "120분간 경기를 지배했고 최선을 다했지만 골이 나오지 않았다.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를 얻었다"고 쓴 입맛을 다셨고, 헤라르도 마티노 파라과이 감독은 "브라질은 90분 안에 이길 수 있었다. 때때로 이런 결과를 얻을 때도 있다"며 '행운의 승리'를 인정했다.
브라질은 경기 내내 파라과이를 압도했다. 완벽한 찬스를 여러 번 얻었다. 첫 골 만 터졌다면 화끈한 대승을 거둘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 한 골이 터지지 않았다. 두드리고 두드려도 파라과이의 골문은 열릴 줄 몰랐다. 브라질의 집중력 부족과 파라과이 수문장 후스토 비야르(바야돌리드)의 선방이 결합된 결과였다.
브라질은 전ㆍ후반 90분과 연장전 30분간 파라과이의 골대를 겨냥해 22개의 슈팅을 퍼부었다. 이중 6개가 비야르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고 나머지 16개가 빗나갔다. 반면 파라과이는 5개의 슈팅에 머물렀다. 유효 슈팅은 단 한 개도 없었다.
네이마르, 간수(이상 산토스), 호비뉴, 알렉산드르 파투(이상 AC 밀란)를 앞세운 브라질은 경기 초반부터 파라과이를 세차게 몰아붙였다. 그러나 전반전 얻은 여러 번의 찬스에서 선제골을 넣지 못한 것이 통탄할 결과로 연결됐다. 브라질로서는 특히 전반 26분 호비뉴가 만들어준 완벽한 찬스에서 네이마르의 슈팅이 골 포스트를 빗나간 것이 아쉬웠다. 후반전에도 경기 양상은 바뀌지 않았다. 후반 5분 네이마르의 슈팅이 비야르 골키퍼의 옆을 통과하는 듯 했지만 파라과이 수비수의 발에 걸렸고 후반 11분 파투의 대포알 같은 슛은 비야르가 몸을 날려 쳐냈다.
브라질은 후반 35분 네이마르 대신 엘라누(산토스), 연장 후반 6분 파투 대신 프레드(플루미넨세)를 투입했는데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승부차기에서 첫 번째 키커의 중책을 부여 받은 엘라누의 슈팅은 허공을 갈랐다. 0-2로 뒤진 상황에서 4번째 키커로 나선 프레드의 슈팅마저 어처구니 없이 빗나가며 경기는 파라과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파라과이는 칠레를 2-1로 꺾은 베네수엘라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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