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 생활비로 소비하는 가계가 늘고 있다.
18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새로 받아 주택 구입 이외 용도로 사용한 비율 올 3월 기준 전체 대출자의 42%로 지난해 12월(36%)보다 6%포인트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나서 3개월 이내에 주택 취득ㆍ등기를 하면 주택 구입 용도로, 그렇지 않으면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간주한다.
무엇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다른 대출 금리에 비해 낮은 게 이런 현상의 가장 큰 이유다.
실제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분기 평균 연 4.85%로 가계대출금리 연 5.32%에 비해 낮다. 특히 신용대출 금리(연 6.26%)와는 1.5%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난다.
물론 주택담보대출을 반드시 주택 구입 자금으로만 써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데다 가계부채가 800조원을 넘은 상황에서 소비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이 늘게 되면 가계부채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다른 주택을 사는 건 일종의 투자 개념으로 볼 수 있지만 이외의 용도는 생활자금 등 가처분소득 유지 목적이 대부분"이라며 "자칫 대출금을 소진해버릴 경우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지경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최근엔 빚을 갚기 위해 저금리의 주택담보대출을 내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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