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아흔 세번째 생일을 맞은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4,900만 남아공 국민들에게 아주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이날 남아공 전역에서는 민주화와 인종차별철폐를 위해 평생을 바친 만델라에 대한 보답으로, 일반인 연예인 정치인 등이 대거 참석한 범국민적 봉사활동이 펼쳐졌다.
만델라 전 대통령의 생일(7월 18일)을 기념하는 국제 만델라의 날은 1944년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창설 이후 67년간 민주화 운동을 해 온 그의 업적을 기려, 이날 하루 67분 동안 소외된 이웃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날. 지난해 유엔이 선정, 2회째인 이 기념일은 남아공 국민들의 적극적 참여와 유엔의 호소 덕에 한 나라 지도자의 생일을 넘어 세계인이 동참하는 나눔의 잔치가 됐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생일행사는 오전 8시 5분 남아공 학생들이 이날을 위해 특별히 만든 축가를 부르는 것으로 시작됐다. '생일 축하해요, 타타 만디바(아버지를 뜻하는 타타와 만델라의 씨족이름 만디바를 합친 애칭)'라는 제목의 노래를 전국에서 1,200만명의 학생들이 함께 불렀는데, 가장 많은 사람들이 한 사람의 생일을 축하한 행사로 기네스북에 등재될 예정이다.
이어서 많은 국민들이 학교와 고아원 등의 시설을 방문해 청소활동에 참여했고, 헌혈을 하려는 줄도 길게 이어졌다. 연예인과 기업인 등으로 이뤄진 오토바이 봉사대는 요하네스버그를 출발해 만델라의 주요 활동지를 따라 프리토리아(행정수도)까지 2,200㎞를 돌며 소외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국방장관은 농촌 마을회관에서 페인트칠을, 경찰장관은 경찰서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등 고위 관료와 정치인들도 동참했다.
남아공 이외 나라에서도 만델라 전 대통령의 업적을 되짚어 보는 행사가 줄을 이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아일랜드 출신 록밴드 유투(U2)는 만델라의 생일을 기념해 만든 노래를 새로 선보였고, 영화 '인빅터스'에서 만델라 역할을 했던 배우 모건 프리먼은 테니스 스타 빌리 진 킹 등을 초대해 뉴욕에서 기념행사를 연다. 앞서 17일(현지시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가난한 이웃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거나,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해도 된다"며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국제적 움직임에 동참하자"고 참여를 호소했다.
급성 호흡기 감염 때문에 입원했다가 1월에 퇴원한 만델라 전 대통령은 고향마을 쿠누에서 요양하며 생일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 폐막식 이후 공개석상에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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