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저축은행 국정조사의 증인 채택을 놓고 다투는 것을 보면 한국 정치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퇴직금이나 노후자금, 평생 모은 돈을 맡겼다가 날린 피해자들은 국회가 시간을 허송하는 것에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국민 정서도 그렇지만 법적, 정책적으로도 국정조사는 시급하고 진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 부담으로 해결해야 할 부산ㆍ삼화 저축은행의 부실규모가 수조 원에 달하고 제2, 제3의 저축은행 사태가 예고돼있기 때문이다.
또 검찰이 수사를 했지만 은진수 전 감사위원과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 정도만 구속한 상태여서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누가, 언제, 어떻게 부실을 키웠고 정부는 왜 이런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지 못했는지, 알고 있었는데 정치적 이유로 덮으려 했는지, 또 구명 로비는 없었는지 등 밝혀내야 할 의혹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원인과 책임 규명, 정부 대책의 적절성 등은 철저히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그런데도 증인 채택조차 합의하지 못하는 것은 정치권의 무능이자 직무유기다. 특히 한나라당이 민주당이 요구한 증인들을 ‘정치공세’로 일축하며 축소 내지는 방어로만 일관하는 것은 정부를 견제하는 국회의 권한과 책임, 삼권분립의 본질을 잊고 있는 태도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방어하는 김황식 총리만해도 2010년 5월 당시 감사원장으로 저축은행 감사 결과를 이명박 대통령에 보고하고서도 올해 2월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때까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가 있다. 박지만 씨나 그의 부인도 삼화저축은행 대주주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작정 반대만 할 일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민주당도 입증되지 않은 의혹을 제시하면서 증인을 요구할 경우 국정조사가 질척거리는 빌미가 된다는 점을 잘 알아야 한다. 저축은행 국정조사는 어느 한 정파의 정치적 득실 차원이 아니라 피해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공고한 대책을 마련하는 국회의 본질적 책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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