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브라질 축구 스타들은 대체로 최고 전성기를 유럽에서 보냈다. 유럽 명문 구단들은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을 일찌감치 스카우트해 세계적 스타로 키워냈고, 전성기가 지나면 자국 리그로 돌아와 몇 년 뒤 은퇴식을 치렀다. 호마리우, 호나우두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모두 비슷한 경로를 거쳤다.
하지만 이제 브라질의 주요 수출 품목에서 축구 선수들은 빠져야 할 것 같다. 빅스타들이 유럽에서 브라질로 복귀하는 시기가 빨라졌고, 축구 영재들도 가급적 오래 고국에서 경력을 쌓고 싶어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시간) 마케팅 업체 프라임타임스포트의 자료를 인용, "지난해 브라질 구단들의 선수 영입 비용은 전년에 비해 63% 증가한 반면, 유럽 구단들은 29% 줄었다"고 보도했다. 해외로 진출하는 브라질 축구선수 비율도 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의 가장 큰 이유는 브라질 통화인 헤알화 강세 때문이다. 헤알화는 2008년 이후 유로화 및 파운드화와 비교해 통화가치가 35%나 상승했고, 달러화 대비 환율도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브라질 구단들의 재정이 넉넉해진 덕분에 선수들이 굳이 유럽 리그로 이적하지 않아도 충분한 연봉을 받게 된 것이다. FT는 "호나우지뉴, 파비아누, 프레드 등 기량이 녹슬지 않은 축구 스타들의 복귀가 이런 사례에 속한다"고 분석했다. 프로축구선수연구원(PFPO)에 따르면 지난 한 해에만 135명의 브라질 출신 선수들이 고향팀으로 유턴한 것으로 조사됐다.
젊은 선수들의 유럽 진출 시기도 늦춰지고 있다. 브라질 축구의 미래로 떠오른 19세의 네이마르는 이미 레알 마드리드, 첼시 등 유럽 명문 구단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소속팀인 산토스를 떠나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네이마르가 2009년 데뷔할 때만해도 그의 월봉은 2만5,000헤알(약 1,700만원)에 그쳤으나, 불과 2년 만에 100만헤알(6억7,000만원)로 껑충 뛰었다. 18일 아르헨티나 출신 카를로스 테베스의 영입을 확정한 브라질 SC코린티안스 구단이 이적료로 4,000만유로(약 600억원)를 지불한 것도 브라질 축구의 구매력이 강해졌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계속된 경제 호황과 프로리그 개혁, 2014년 월드컵 유치 등도 브라질 구단들에 호재로 작용했다. 현재 브라질의 중산층 수는 4,800만명을 헤아리는데, 이들이 자주 경기장을 찾은 덕분에 입장료와 용품판매수입이 크게 늘었다. 최근 7년 간 브라질 상위 12개 구단의 연간 매출이 199% 신장됐다는 통계도 있다. 내년부터 새로운 TV 중계권료 제도가 시행되면 브라질 구단들의 재정은 더욱 튼실해질 전망이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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