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는 지난달 27일 발표한 연례 인신매매실태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를 후진적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나라로 규정했다. 지난 해 보고서와 달라진 부분이 없다.
2004년 제정한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를 방지하고, 피해자 및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자의 보호와 자립을 지원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모든 성매매는 여성 인권의 말살'이라 보고 강력한 단속과 처벌로 성매매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성공한 스웨덴의 금지주의를 모델로 삼았다. 이 법의 시행으로 집장촌과 같이 공개된 형태로 운영되는 업소들이 문을 닫거나 규모가 축소되고 성매매업이 위축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지하세계의 영역은 더 확장됐다. 유흥업소 이발소 안마 오피스텔 휴게텔 등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업소에서의 성매매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단속기관에 적발돼 재범방지 교육을 받은 성매수자의 절반 가까이가 안마 업소를 이용했고 이 수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은닉성이 철저히 보장되는 오피스텔 성매매의 경우 단속에 적발될 염려가 적어 남성들의 선호도가 높다. 회원제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중인 선릉역 인근 업소관계자는 "주말에는 5~6시간 전에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원하는 상대를 만날 수 없다"며 은근히 잘나가는 업소임을 과시했다. 이렇다 보니 고학력 전문직 여성들까지 성매매에 뛰어들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하고 있는 여대생 L(22)씨는 "주변 사람들이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절대 눈치챌 수 없다"며 "일반 직장인보다 훨씬 많이 벌어 폼나게 살 수 있다"고 태연하게 말한다. 관련 업체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 사이트, 카페, 커뮤니티 등에서 회원제로 공유되며 비밀스럽게 운영되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채팅과 위치기반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성매매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소 밀집 지역의 경찰서 관계자는 "성매매 행위를 입증하는 것이 어렵고 업주들로부터 단속의 형평성 문제가 민원으로 제기돼 신중할 수 밖에 없다"며 법적인 한계와 인력 부족을 호소했다.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는 "단속기관이 성매매 현장확인에만 몰두한다. 유인 알선 광고 단계에서부터 단속이 이뤄져야 한다"며 "성매매가 인신매매 범주에 포함된다는 인식을 갖고 관련 법안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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