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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타땐 빨간 명찰 뗀다는데… 왕따 합법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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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타땐 빨간 명찰 뗀다는데… 왕따 합법화 우려

입력
2011.07.18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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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구타나 가혹행위로 적발된 해병대 병사는 군복에 부착된 빨간 명찰을 떼인다. 또한 명령위반자는 소속 부대가 바뀌고, 부조리가 만연해 상황이 심각한 부대는 아예 해체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해병대가 강화도 총격사건의 대책으로 18일 토론회를 열고 내놓은 극약처방이다. 하지만 일부 내용은 더 큰 문제를 조장할 우려가 있어 전시성 대책이라는 비판이 많다.

해병대는 조만간 병영 악ㆍ폐습 척결을 강조하는 사령관 특별명령을 하달하고 전 장병을 상대로 명령이행 각서를 받을 계획이다. 그리고 명령 위반자는 엄중처벌 할 방침이다. 약속을 어겼으니 불이익을 감수하라는 것이다. 보편적인 군율과 군법보다 각자 제출한 각서를 우선시하는 이상한 발상이다.

특히 위반자는 해병대의 상징인 빨간 명찰을 회수하고 다른 부대로 전출시키기로 했다. 해병대 안에서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유령병사’로 만드는 셈이다. 군 관계자는 “마치 주홍글씨처럼 낙인을 찍겠다는 공포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근본적인 해결은커녕 ‘왕따’ 문화를 합법화해 병사들의 일탈과 부적응을 부추길 뿐”이라고 말했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군복무 중 영창에 갔다 오면 어차피 80% 이상은 소속부대가 바뀐다”며 “빨간 명찰과 팔각모로 상징되는 해병대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짓밟는 소아적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해병대는 또 명령위반 부대를 해체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부대원을 2,3명씩 묶어 다른 부대로 보내 전체를 물갈이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군법상 사령관의 권한으로 부대 해체가 가능한지는 검토가 더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땜질 처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해병대는 이외에 병영생활 수칙을 새로 만들고 신상관리체계를 개선하는 등 22개 혁신과제를 추진키로 했다. 기존 행동강령은 ‘적진에 전우를 두고 오지 않는다’와 같이 전시사항만 규정돼 있어 일상 병영생활의 규율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논란의 핵심인 병사들의 기수문화는 장단점이 혼재돼 있어 정밀진단 후 새로 개념을 정립하기로 했다.

이날 경기 김포시 월곶면 갈산리 해병2사단 필승관에서 열린 병영문화 혁신 대토론회에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 유낙준 해병대 사령관 등 군 지휘부와 현역 장병, 민간 전문가 200여명이 참석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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