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거의 끝나고 여름 휴가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만 여야 대선주자들에게 '휴가'는 없다. 정책 구상과 민생 탐방, 출판 준비 등으로 어느 때보다 바쁜 일정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번 여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내년 총선과 대선후보 경선, 대선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올 여름에도 휴가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한 측근은 17일 "하반기 내놓을 정책 시리즈를 구상하고 다듬는 데 시간을 쏟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정책 공약을 만들 때면 전문가뿐 아니라 이해당사자들과도 일일이 만난다고 한다. 그래서 19일 대구 방문을 제외하곤 당분간 외부 행사에 나서지 않을 예정이다. 특히 박 전 대표의 내년 총선 거취를 놓고 지역구 출마ㆍ불출마ㆍ비례대표 출마ㆍ수도권 출마 등 갖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한 입장 정리를 하는 시간을 가질 가능성도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여름 휴가를 반납했다. 내달 하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주민투표 때문이다. 주민투표 대비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연일 참모들과 머리를 맞대야 하고, 여당 의원들을 만나 지원사격을 요청해야 한다. 오 시장으로선 정치적 명운이 걸린 '뜨거운 여름'인 셈이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여름 휴가 기간인 25일부터 29일까지 직접 차를 몰고 전남과 경남 지역을 찾는다. 수행원을 대동하지 않은 채 가족들만 데리고 현지에서 민박을 하면서 생생한 민심을 접할 계획이다. 김 지사는 작년 여름에도 '간이 민심 체험'으로 여름 휴가를 대신했다.
정몽준 전 대표는 출판 준비로 분주할 것 같다. 9월 초 자신의 정치적 비전과 정책 등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집과 외국 석학과의 대담집이 발간되기 때문이다. 또 싱크탱크 '해밀을 찾는 소망'이 9월 초에 2차 정책 발표회를 가질 예정이어서 세미나 준비를 겸한 정책 공부로 바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올 여름 장고(長考) 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주제는 당 복귀 등 향후 자신의 거취가 될 것 같다. 한 측근은"어느 자리에서든 조용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하겠다는 게 이 장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여름은 8월 중순까지 5주간 진행되는 2기 민생 행보 일정으로 꽉 들어찰 것 같다. 손 대표는 이 기간에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비정규직, 대ㆍ중소기업 상생 등에 대한 정책 대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손 대표는 이번 민생 행보에서 자신의 중도적 이미지를 지키면서도 야권의 기존 지지층에 새로운 기대감을 불어넣음으로써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17일 부산 한진중공업을 방문하는 등 이번 여름을 노동현장에서 보낼 계획이다. 노동 문제를 고리로 진보적 이미지를 보여줌으로써 야권통합을 주도적으로 이끌겠다는 포석이다. 그는 또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불투명한 소유구조 개선 등을 주장하면서 재벌개혁에도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싱크탱크인 '국민시대'의 조직 확장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이달 중으로 서울시지부를 출범시키고 9월까지 전국적으로 1만명의 회원을 가입시킨다는 목표로 열심히 뛰고 있다. 한 측근은 "조만간 국민시대 워크숍을 열고 중소기업 지원 및 일자리 창출 정책 등을 집중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28일부터 5일간 휴가를 보낸 뒤 야권통합 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할 방침이다. 한 측근은 "야권통합 논의 등 상황이 유동적이어서 유 대표는 특별한 일정을 짜지 않고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이달 중 야권통합 및 연대를 위한 원탁회의에 참여하는 등 야권통합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할 생각이다. 29, 30일에는 자신의 책 <운명> 북콘서트에 참여해 독자들과 만난다. 운명>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김성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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