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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줄넘기 즐기는 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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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줄넘기 즐기는 방학

입력
2011.07.1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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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부터 아이들의 방학이 시작됐다. 어릴 적 방학숙제의 단골은 일기 쓰기와 식물ㆍ곤충 채집이었는데, 또 하나의 메뉴는 줄넘기 연습이었다. 줄에 걸리지 않고 100회를 넘겨야 하는 시험을 통과하려면 방학기간 매일 300~400회씩 연습해야 했다. 지금도 2단 줄넘기를 나이만큼 할 수 있는 것은 방학숙제를 열심히 했던 덕분이다. 농촌에선 새끼줄을 물에 적셔서, 어촌에선 버려진 그물의 줄을 뽑아 언제나 아무데서나 폴짝폴짝 뛰기만 하면 됐다. 집안 형편이나 동네 여건과 무관한 공평한 운동이어서 당시 교사들의 지혜를 엿볼 수도 있다.

■ 전남 목포시에서 21일부터 '2011 아시아줄넘기선수권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이제야 접했다. 되돌아보니 '줄생줄사(줄에 살고 줄에 죽는다)'를 이름으로 내건 아이들이 생각났다.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10 세계줄넘기선수권대회'는 18개국 54개 팀 1,200여명이 참가했는데, 창단 3년 된 울릉도 초ㆍ중학생 10명이 금메달 1개와 은메달 5개를 획득해 대한민국을 일약 줄넘기 강국으로 만들었다. 짝수 년에는 세계선수권, 홀수 년에는 대륙별선수권 대회가 열릴 만큼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데 우린 '줄생줄사'도 몰랐다.

■ 줄넘기는 근대 학교체육의 기틀을 만든 독일의 요한 구츠무츠(1759~1839)에 의해 유럽으로 확산됐고 지금의 리듬체조로 진화했다. 독일은 여전히 줄넘기 분야의 세계적 강국이며, 1900년대부터 미국과 캐나다가 뒤를 이었다. 북미에서 크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미국 심장학회가 줄넘기의 건강효과를 공표했기 때문이다. 태평양전쟁 전후 일본 의학계도 그 효과를 확인해 후생성은 라디오와 TV에 줄넘기 교습시간을 넣도록 했고, 문부성은 줄넘기 기능을 교사자격의 주요 항목으로 지정했다. 우리가 '방학숙제'로 도입한 것도 비슷한 시기였을 터이다.

■ 방학이 시작되면 가장 북적대는 곳은 병원의 성장 클리닉이다. 아이의 키를 몇 ㎝씩 키워주려는 부모의 마음 때문이다. 모든 선진국에서 줄넘기를 권하는 이유 가운데는 키가 커진다는 내용이 빠지지 않는다. 우리의 고전(해동죽지)에도 "새끼줄 하나로 천번 뛰고 만번 뛰어 양 발이 새와 같이 가벼워지고 튼튼한 성을 올라가도 힘들지 않다"고 묘사해 놓았다. 10개국 400여명이 참가하는 이번 목포 대회가 TV로 중계되면 좋겠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시상대에 오른 우리 선수들이 "어릴 때부터 저도 '줄생줄사'였습니다"고 말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정병진 수석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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