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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독 측과 26번 만나" 캐머런 총리마저 궁지

입력
2011.07.1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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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 회장의 도청스캔들을 심문할 영국 국회의원과 경찰마저 머독 측과 오랜 기간 밀월관계를 형성한 사실이 드러나 권언유착 문제가 총체적으로 폭로되고 있다. 머독은 도청파문에 대해 지면을 통해 사과하며 사태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캐머런 총리 된 후 26번 회동

AP통신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2010년 5월 총리로 선임된 후 머독 측 간부들과 26번이나 만났다고 공개된 정부기록을 인용, 17일 보도했다. 캐머런은 레베카 브룩스 전 뉴스인터내셔널(NI) 사장, 머독의 아들 제임스 머독 NI 회장을 여러 차례 관저로 초청했다. 도청파문의 진원지인 뉴스오브더월드(NoW) 편집장 출신으로 캐머런 총리의 공보책임자가 된 앤디 쿨슨은 공보책임자에서 물러난 뒤에도 관저로 불러 만나기도 했다.

특히 머독의 B스카이B 위성TV 인수를 저지하겠다고 공언해 온 빈스 케이블 기업부장관이 캐머런 총리의 지시로 업무를 문화부에 이관한 직후인 지난해 크리스마스와 이튿날에도 캐머런은 브룩스와 만났다. 노동당 폴 패럴리 문화미디어스포츠 위원회 위원은 "만담 자체가 캐머런과 머독 조직이 불건전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처음 도청의혹이 제기됐을 때 부실수사 의혹을 받아온 런던경찰도 부적절한 유착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났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폴 스티븐슨 런던경찰청장은 NoW 부편집장 출신의 닐 월리스가 경영하는 홍보회사의 제공으로 1월 5일간 공짜 호텔 온천을 즐겼다. 월리스가 2009년 NoW에서 퇴사하자마자 런던경찰에 홍보 자문을 맡은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노동당 존 프레스콧 전 부총리는 "월리스를 고용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스티븐슨의 사임을 촉구했다. 월리스는 현재 도청수사와 관련해 체포된 상태다.

19일 머독 부자와 브룩스를 소환해 심문할 하원 문화미디어스포츠위원회 위원장인 존 위팅데일도 머독의 딸 엘리자베스 샤인그룹 최고경영자와 여러 차례 만나왔고, 머독의 52년지기인 레스 힌튼 월스트리트저널(WSJ) 발행인과 오랜 친분을 맺어오는 등 머독의 인물이라는 시선을 받고 있다.

캐머런 총리가 궁지에 몰린 반면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당수는 머독 제국은 해체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며 인기몰이에 나섰다. 밀리밴드 장관은 가디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머독의 현 시장점유율을 제한할 새 미디어소유법에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며 "한 사람이 신문시장에서 20%이상 점유하게 되면 권력남용으로 이어지고 건전성이 사라진다"고 밝혔다.

머독 신문에 "죄송합니다" 광고

머독은 16일자 7개 신문에는 "심각한 부정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는 광고를, 17일에도 인디펜던트 가디언 등에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사과광고를 실었다. 더타임스는 1면에 '속죄의 날'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앞서 15일에는 2002년 실종됐다 살해된 여중생 밀리 다울러의 가족을 만나 사과했다. 다울러 실종 당시 NoW가 그의 휴대폰을 도청하고 음성메시지를 삭제해 그가 살아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족과 경찰에 준 사실이 최근 보도되면서 도청파문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머독이 딸처럼 여기는 브룩스는 15일 NI 사장, 52년지기 레스 힌튼은 16일 월스트리트저널 발행인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화살은 머독 회장의 아들 제임스를 겨냥하기 시작했다. 의원들은 그가 2008년 스포츠계 인사 고든 테일러에 대한 도청을 무마하기 위해 NoW가 70만파운드(약 12억원)를 지불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추궁할 예정이다.

BBC방송 등 영국 언론은 17일 경찰이 브룩스를 체포해 휴대폰 도청과 경찰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휴대폰 도청 스캔들 관련으로 경찰에 체포된 사람은 총 10명으로 늘었다.

AFP통신은 데이비드 윌슨 브룩스 대변인이 "브룩스가 경찰에 출석하기로 사전 약속이 돼 있었다"며 "경찰 조사에 협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출석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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