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광군청의 한 기능직 공무원이 우리나라 보도 사진계의 거장 고 이경모(1926~2001) 선생의 생애를 조명하는 논문을 써 석사학위를 받았다. 주인공은 영광군 기획예산실에서 사진촬영을 담당하는 김창완(43)씨. 그는 최근 '이경모 선생의 기록사진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동신대에서 석사학위를 땄다.
김씨는 논문에서 "이 선생은 역사적 사건의 전개 과정에서 수동적인 방관자의 시각을 넘어 사건 본질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구도나 앵글, 공간 구성에 대해 예술 사진의 형식이 세워놓은 정형성에 구애 받지 않고 사건을 자신의 시각을 통해 형상화하는 태도는 그 당시에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또 사건 현장을 생생하게 취재해 대중들에게 알린다는 르포르타주의 원칙을 충실하게 구현하는 데 성공한 한국 사진가 중 한 명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광양 출신으로 화가 지망생이었던 이 선생은 46년 20세의 나이에 노산 이은상의 도움으로 지금의 광주일보 전신인 호남신문사 사진부장으로 사진 기자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이후 그는 여순반란사건과 한국전쟁 종군기자 등으로 활동하며 역사의 현장을 기록했다. 그의 기록사진들은 "이경모의 사진이 없었더라면 우리나라 현대사의 이미지들은 황량했을 것"이라는 사진사적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그가 45년 8월17일 광양읍 독성리에서 광복 경축 시가행진을 찍은 사진은 현재 독립기념관에 전시돼 있다. 한국사진작가협회와 한국사진작가단 결성을 주도했으며 한국사진협회 이사, 한국사진대전 심사위원장을 지냈고 92년 화관문화훈장과 97년 금호예술상을 받았다. 생전에는 1,500여대의 카메라와 보도ㆍ예술사진를 동신대에 기증, 국내 유일의 카메라박물관이 만들어졌다. 김씨는 "이경모 선생의 사진은 사진 역사에 큰 가치를 갖고 있지만 그 동안 방치됐던 게 사실"이라며 "그에 대한 재평가와 한국 사진에 대한 진지한 연구ㆍ성찰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논문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영광=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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