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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 이전기관 147곳중 127곳이 청사 착공조차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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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 이전기관 147곳중 127곳이 청사 착공조차 못해

입력
2011.07.1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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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주 혁신도시의 집단 에너지 공급사업자로 선정된 업체가 사업권을 반납했다. 열병합발전소 건립 및 도심 내 배관공사 등에 1,500억원 이상 투자해야 하는데, 혁신도시 조성공사가 늦어지면서 사업성 여부가 불확실해진 탓이다. 집단 에너지 공급을 전제로 청사 설계를 추진하던 공기업들도 갑작스런 변수에 설계를 중단하고 이전계획을 다시 손보는 중이다.

충북 혁신도시는 내년부터 공공기관 이전이 예정돼 있지만, 전체 부지조성 작업 공정률은 40%에도 못 미친다. 특히 주택ㆍ상업용지 등 토지 분양률이 32%에 그쳐 당초 정부가 목표로 했던 행정과 주거ㆍ상업 등의 복합기능을 고루 갖춘 미래형 도시가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토균형발전을 기치로 추진된 혁신도시 건설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수도권에 위치한 공공기관 이전 작업은 사옥부지 매각 차질로 부지하세월이며, 혁신도시 공급 토지는 아직까지 절반 가량 미분양 상태다. 특히 이전 대상 공기업의 상당수가 우수인력 유출과 사옥매각 불발 등을 핑계로 지방 이전에 미온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전 정부에서 시작했던 혁신도시보다는 4대강 사업 등에 집중하느라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17일 국토해양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혁신도시 이전기관 147곳 가운데 사옥 매각을 마친 곳은 19곳에 불과하다. 이전 청사를 준공했거나 착공에 들어간 공공기관은 20곳이며, 혁신도시 토지 분양률은 평균 54.7%에 그친다. 10개 혁신도시 가운데 대구 제주 충북 강원 울산 경남 등 6곳은 공급 토지의 절반 이상이 아직도 팔리지 않았다.

정부가 이전 대상 공공기관의 사옥 매각을 위해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매각 로드쇼까지 열었지만 이렇다 할 실적이 없다. 사옥이 팔려야 그 돈으로 혁신도시 땅도 사고 청사 건축비용도 내는데, 부동산시장 침체로 사옥이 팔리지 않으니 이전계획 자체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울산 혁신도시는 내년까지 10개 공공기관이 이전을 마칠 계획이지만, 현재 부지매입과 건축설계 진행상황을 볼 때 당초 계획대로 이전이 가능한 기관은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등 3곳에 불과하다. 근로복지공단 등 5곳은 이제야 설계가 진행 중이고, 운전면허시험관리단 등 2곳은 아직 부지매입이 완료되지 않아 내년 말까지 이전을 완료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울산을 비롯해 전북 충북 경남 등 4개 혁신도시는 아직까지 청사 착공에 들어간 이전기관이 한곳도 없다.

이른바 '힘센' 기관들은 이전계획 자체를 무시하는 듯한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 국세청은 최근 야당 의원에게서 '혁신도시 이전에 가장 굼뜬 기관'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전 대상인 정부소속 기관 35곳 가운데 제주로 옮겨갈 국세청 산하기관 3곳(국세공무원교육원, 주류먼허지원센터, 국세청고객만족센터)만 이전부지 매입을 하지 않았고,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지방 이전을 위해 책정된 예산 664억원 가운데 고작 2,300만원(0.03%)을 집행했다.

한국전력과 5개 발전 자회사 역시 '버틸 때까지 버텨보겠다'는 태도다. 한전 등은 지방 이전 목표 시점을 당초 정부가 정한 내년 말이 아닌 2014년까지로 2년 연기하는 이전계획변경 승인을 국토해양부에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울산으로 옮길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대다수 국책연구기관들은 "지방으로 내려가면 우수 인재들이 이탈할 것"이라는 논리로 이전작업을 늦추고 있다.

전북 혁신도시로 이전 예정인 A기관 관계자는 "한때 '신의 직장'으로 불리면서 자부심도 컸지만, 공기업 선진화 계획으로 임금이 깎인데다 지방으로 옮겨가야 하는 처지가 되니 직원들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며 "최근 1년간 10여명의 직원이 서울을 떠나기 어렵다며 퇴사했다"고 전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현 정부가 4대강 사업과 보금자리주택 등에 집중하면서 참여정부에서 시작했던 혁신도시 사업에 소홀한 면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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